‘초딩 폭력’이 위험하다…집단폭행·안티카페

by 인선호 posted Nov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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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ㄷ초등학교 5학년 ㄱ아무개양은 유서를 들고 학교 옥상으로 울며 올라갔다. 새학기 들어 거의 날마다 학급회장이 ㄱ양의 뺨을 때리고 책가방을 짓밟았다. 다른 아이들을 시켜 “너처럼 쓰레기 같은 건 왕따를 당해야 한다”며 목을 조르기도 했다. 선생님은 평소에도 문제가 생기면 일방적으로 ㄱ양을 탓했다. 부모에게도 고통을 털어놓지 못한 ㄱ양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교사에게 발견돼 ‘큰일’을 막을 수 있었다.

서울 ㄱ초등학교의 ㅇ아무개군은 지난해 시험에서 반 1등을 하자, 이를 시기한 학급회장이 인터넷에 ‘안티 ㅇ아무개군 카페’를 만들었다. 이 학급회장은 반 친구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ㅇ군의 일과를 일일이 공개하고 그를 욕하고 험담하는 친구들에게는 회원 등급을 올려줬다. 이런 짓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ㅇ군은 한동안 인터넷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꺼리는 증상을 겪어야 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괴롭힘을 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쌓여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지난 9일에는 서울 노원구 ㅇ초교 김아무개군이 동급생들의 폭력을 호소하는 일기를 남긴 뒤 가출했다 사흘만에 탈진해 돌아왔다. 앞서 김군은 일기장에 “5명에게 학교 근처 공원에 끌려가 발로 얼굴과 온몸을 마구 맞았다”고 적었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복도에서 6학년 한아무개군이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이아무개군의 팔과 옆구리 등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세 차례나 찌르는 일이 벌어졌다. 또 지난 4월에는 전주에서도 초등학생 쌍둥이 형제(10)가 평소 자신들을 괴롭히던 친구를 아파트 옥상에서 20여차례나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올해 전국 3,910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한 초등학생의 비율이 17.8%로 16.8%인 중학생보다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정희 상담원은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실태가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이 저연령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요즘 초등학교 폭력의 특징은 가해 학생이 공부도 잘하고 반에서 인기도 있는 ‘실세’ 아이들이라는 점”이라며 “피해 학생이 담임 교사에게 호소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폭력을 예방하는 게 힘들고, 다른 아이들도 실세 집단에 끼고 싶어 쉽게 폭력에 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 “외국의 여러 연구에서 초등학교 폭력의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1/3 이상이 어른이 돼 범죄자가 된다는 결과도 있다”며 “상담이나 치료보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의사소통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ㅇ초교 신아무개 교사는 “학생들이 많고, 교사들의 잡무도 너무 많아 학교폭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는 교사가 거의 없다”며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학교폭력 예방보다는 (폭력이 발생한 뒤의) 신고요령 등 책임회피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장은 아이가 다치면 응급처치만 하고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해, 되레 학교폭력에 민감한 교사들이 고립되는 게 학교 현장의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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