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51)씨가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에 얽힌 비화와 그 사건 이후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삶에 대해 털어놓았다.

심씨는 지난달 25일에서 31일까지 ‘무궁화의 여인, 가수 심수봉의 반생(半生)’이라는 제목으로 아사히 신문에 5회에 걸쳐 연재된 인터뷰에서 자신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각별한 인연과 직접목격한 10·26 현장의 기억을 공개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던 중 일본가수 미소라 히바리(加藤和枝)의 노래 한 곡을 불렀는데 마침그 자리에 있던 박종규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의 눈에 띄어 이후대통령의 만찬 자리에 불려가게 됐다고 밝혔다.

10·26 사건이 일어난 궁정동 만찬은 박 전 대통령을 3번째 만난자리였으며 당시 저녁 뉴스를 보던 대통령이 의원직에서 제명당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얼굴을 보고 “정치인도 아닌 자식이…”라고 투덜댔다는 비화도 공개했다.

심씨는 사건 후 일주일간 정보기관 지하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는데 이때 조사를 담당했던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은 조사가 끝난 후 그에게 “대단하다.

남자들은 다 도망갔는데, 용기를 내서 현장에 남았다”고 칭찬하며 용돈을 건네줬다고 한다.

심씨는 또 자신의 노래 ‘무궁화’에 얽힌 사연도 털어놨다. 10·26 사건 이후 방송을 금지당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고, 당시 사회에 교차하던 희망과 절망을 보면서 ‘피고 지고 또 피는’ 무궁화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것. 이후 이 곡이 박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된 것에 대해 그는 “전두환 정권에저항하기 위해 만든 곡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심씨는 “내가 박 대통령과 가까왔다는 이유로 ‘수구파’, ‘친일파’ 라고도 하고, 내 노래를 운동권 학생들이 불렀다는 이유로 ‘진보적’, ‘민족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나는 어느 쪽도아니다”며 “지금도 특별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난 5월 박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테러사건을 보며 마음 속으로 “이제 정치는 그만하시라”고 외쳤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큰일을 많이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