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정신병원서 불…"병원측 문 안열어줘 화 키워"

by 인선호 posted Oct 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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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들이 입원 중인 병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으나 병원 측이 대피를 미루면서 환자 5명이 숨지고 28명이 중경상을 입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오전 5시56분쯤 충남 공주시 교동 원희정신과의원. 6개의 병실에서 40명의 환자들이 잠자고 있을 때 병원 3층 병실 옆 프로그램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이 치솟았다. 당직근무 중이던 직원 유모(38)씨가 소화기로 불을 끈 뒤 비상벨 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환자들에게는 “진화했다"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환자들이 병실로 되돌아온 직후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병원 복도 서너곳에서 또다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비상벨이 울리고 환자들이 일시에 뛰쳐나왔지만 복도와 4층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에는 이미 연기가 자욱하게 들어찬 후였다.

불길을 피해 우왕좌왕하던 환자들은 내장재가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에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환자 10여명이 긴급히 옥상으로 대피했으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은 병원의 두 출입구 중 병실에서 가까운 뒷문까지 닫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뒤늦게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병실이 3층에 위치한 데다 창문마다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발만 동동 굴렀다.

불은 병원 내부 1676㎡ 중 573㎡를 태운 뒤 50여분 만에 꺼졌지만 양모(78)씨 등 환자 5명은 불길을 피해 병실로 대피했다가 연기에 질식돼 숨졌다. 탈출이 늦었던 김모(36)씨 등 28명도 유독가스로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화재로 부상한 최모(42)씨는 “문을 열어달라는 부탁에도 당직근무자가 ‘불이 꺼졌으니 모두 방으로 들어가라’며 열어주지 않았다"면서 “뒤쪽 비상탈출구만 열어줬어도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3층 출입구 등 4곳에서 방화 흔적이 발견되고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내부인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이모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이날 사망한 이씨가 화재 직전 프로그램실에 들어갔다는 목격자 진술과 함께 현장에서 이씨의 라이터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유류 사용 흔적을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분석을 의뢰하고 병원 내 CCTV 화면분석을 통한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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