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1인 방송 '브로디즌'이 뜬다

by 인선호 posted Oct 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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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 뚜, 뚜~ 뉴스를 콕콕 집어 드리는 여러분의 RTN 방송입니다."

20일 오후 서울 망우동의 한 아파트. 정영진(31)씨가 코믹한 신호음을 내며 '방송' 시작을 알렸다. 정씨는 올 1월부터 개인방송인 'RTN(Real Time News)'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오후 11~12시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뉴스 분석 프로그램이다.

이날의 토픽은 '정지영 아나운서의 대리 번역 파문'. 정씨가 "본인은 대리 번역 사실을 몰랐다는데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네티즌 '시청자들'은 채팅 창을 통해 "독자들이 집단소송을 내자" 등의 댓글을 달며 토론을 벌였다.

4000여 명의 고정 시청자를 둔 정씨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과 달리 앵커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출하는 파격적인 진행 때문에 인기다. 방송 장비는 웹캠(컴퓨터에 연결해 영상을 찍는 카메라)과 마이크가 전부다. 3평 남짓한 정씨의 자취방은 방송국 스튜디오 역할을 한다. 정씨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공중파보다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브로디즌(broadizen)'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브로디즌이란 'broadcast(방송)+netizen(네티즌)'의 합성어다.

◆ 1인 1방송국 시대?=개인방송은 '완전 무료'가 원칙이다. 브로디즌은 시청료나 광고료 수익이 없지만 "감춰진 끼를 발산하고 싶다"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개인방송을 운영한다.

패러디 개인방송을 운영하는 남경표(28)씨는 "배우 지망생으로서 연기를 선보일 무대로 개인방송만큼 효과적인 매체가 없다"고 말했다.

올 3월 개국한 개인방송 지원 사이트인 '아프리카tv'의 경우 6개월 만에 모두 600만 개의 개인방송이 등록했다. 요즘 이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600~700개의 개인방송국이 24시간 방송 중이다. 개인방송을 시청하는 네티즌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tv의 순간 동시 접속자 수는 8만 명에 이른다.

◆ "기성 방송의 틀을 깬다"=개인방송은 자유분방하고 풍부한 콘텐트를 특징으로 기존 방송의 틀을 깨고 있다. 두산 베어스 팬인 조용석(20)씨는 야구 경기를 실시간 중계하면서 두산에 유리한 내용으로 '편파 방송'을 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 방송 중에는 진행자가 "또 같은 곡을 신청했어? 안 틀래"처럼 반말을 섞어 방송하는 '막말 방송'이 뜨고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방송, '다림질 잘 하는 법' 등 생활 밀착형 방송, 포토샵 강좌 등 전문 방송 등 영역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브로디즌 현상을 ▶매체 다원화 시대의 징후 ▶대중문화 영역의 파괴 ▶자기 노출 심리로 요약했다. 서강대 현대원(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대중이 콘텐트 소비에 머물지 않고 직접 제작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으며, 개인방송의 영향력은 지상파 방송을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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