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주민증-증명서…'위조 공화국'

by 인선호 posted Sep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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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증명서와 신분증 등으로 ‘인생’을 위조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한탕을 노린 범죄자뿐만 아니라 주부, 대학생 같은 평범한 사람까지 가세해 주민등록증과 토익·토플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증명서를 위조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학력과 자격증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우리사회의 문화도 이 같은 범죄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 무엇이든 위조한다=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05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이를 사용하다 적발된 사람은 1121명이었다. 이는 2004년(365명)의 3배, 2000년(128명)의 8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공·사문서 위조범도 2001년 1만3168명, 2003년 1만3206명, 지난해 1만7067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에서 가짜 증명서와 신분증 등을 위조해 들여오는 범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세관은 지난해까지 한 건도 없었던 위조 증명서 밀반입 행위를 올 들어서만 89건이나 적발했다.

외국에서 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을 위조한 뒤 특송화물을 가장해 들여오는 식이다.

지난달 경남경찰청이 적발한 공·문서 위조단 사건에서 보듯 위조 대상도 과거처럼 주민등록증 등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다. 당시 압수된 위조 공·사문서는 운전면허증과 여권, 토익·토플성적표는 물론이고 국가유공자 자격증, 조리사 자격증 등 30여종에 달했다.

◆ ‘간판 중시’도 한 원인=현행법상 공·사문서 위조는 처벌이 무거운 중범죄에 해당한다. 주민등록증과 같은 공문서를 위조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으로, 졸업증명서 같은 사문서 위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이런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건 무엇보다 누구라도 범죄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다. 인터넷만 통하면 가짜 공·사문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조단 대부분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활동하는데, 수십만원이면 필요한 가짜 신분증과 증명서를 2∼3일 내 택배로 배달해 준다"고 말했다.

실력보다 학력이나 자격증과 같은 이른바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도 이런 범죄 급증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가짜라도 좋으니 그럴듯하게 치장해 보려는 일종의 ‘명품병’이다.

장일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외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는 분위기가 강한데, 짝퉁 명품이 잘 팔리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면서 “특히 능력보다 학벌 등을 중시하다 보니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 탈법적 행위조차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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