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실종 100일'…"발소리만 들려도 딸 같아"

by 김정수 posted Sep 13, 20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자다가도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리면 혹시 윤희가 아닌가 하고 벌떡 일어납니다”

지난 6월초 종강모임후 귀가길에 행방불명된 여대생 이윤희씨(29·전북대 수의학과4학년) 실종사건이 13일로 100일을 맞았다.

하루전인 12일 오후 윤희씨의 자취방인 전주시 금암동 한 원룸에는 아버지 이동세씨(68)와 어머니 송화자씨(64)가 머물며 윤희씨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채 10평이 안되는 방안의 거울과 책상, 옷장 등 곳곳에는 어머니 송씨가 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붙여놓은 윤희씨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아버지 이씨는 “애 엄마가 딸이 너무 보고 싶다면서 보이는 곳마다 윤희의 사진을 붙여 놓았다”며 “당장이라도 윤희가 ‘아빠’ 하고 부르며 나타날 것 같다”면서 눈물을 끌썽 거렸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씨는 10여년 전 공직을 퇴직한후 강원도를 오가며 사업과 농업을 병행하는 등 바쁜 노후를 보내고 있던중 윤희씨의 실종 소식을 접한뒤 모든 일을 접고 전주에 내려왔다.

이씨 부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주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딸을 찾기위한 포스터를 붙이고 주변사람들을 만났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뙤약볕 속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깥을 돌아다니다보니 평소 신장이 나빴던 어머니 송씨의 건강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송씨는 “장맛비에 딸을 찾는 포스터가 찢겨 나가면 다시 붙이고 미화원이 떼어낸 전신주에 사진을 붙이기를 반복했다”며 “건강도 돌보라는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자식의 행방을 모르는 어미가 어찌 내몸을 챙길수 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 부부는 수사가 아무런 진전이 없는 답답한 상황속에서 근거없는 소문과 괴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무엇보다 가슴 아파 했다.

이씨는 “100일이 다되도록 경찰수사가 제자리 걸음이다 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미제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며 “처음에는 간간이 제보도 들어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끊기고 흉흉한 소문만이 난무해 고통스럽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이씨 부부는 그래도 딸이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씨는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 어제는 윤희의 가을 옷을 꺼내 놓았다”며 “동물들을 위해 수의대에 진학할 정도로 착하고 정이 많은 윤희이기에 다시 환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