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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도박중독자 집단 치료 클리닉 8주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날, 각자 업무를 마치고 저녁 7시 강북삼성병원에 모인 이들은 '중독자'라는 이름표를 달 만큼 흐트러진 모습도, 멍해 보이는 모습도 아니었다. 20대 대학생에서부터 나이 50을 훌쩍 넘긴 전직 대학교 교직원까지 그저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었다.

'도박 중독'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었다.

"요즘 난리죠? 어디, 바다이야기 전공자 손 한번 들어봅시다 ."7명 중 3명이 손을 들었다. 클리닉을 진행하는 신영철 정신과 교수는 농담 한 마디를 건네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처음 보는 옆 사람에게 '나 도박중독자요'라고 거리낌없이 밝히기엔 아직 용기가 없는지 성만 적은 이름표를 왼쪽 가슴에 달고 쭈뼛거리던 참석자들도 살짝 웃음을 지었다.

신 교수는 "온 나라가 시끄럽네요. 그 동안 도박한다고 수고가 많았습니다"라며 우리나라에 처음 '단도박 모임(익명의 도박중독자 모임)'을 만든 외국인 신부 말을 인용하며 이들을 맞이했다.

클리닉이 시작된 지 30분이나 지난 후 시작된 자기소개. 평범한 이들은 하나 둘씩 자기 이야기들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주종목도 사연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 막바지 무렵 생겨난 '바다이야기'에 빠져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대학생 강성훈 씨(24ㆍ가명)는 "어젯밤 클리닉에 오기 전에 도박으로 잃은 돈을 계산해봤다. 처음 10만원 갖고가 5만원을 따서 좋아했는데 지금까지 잃은 돈이 무려 1억원이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강씨가 잃은 돈은 가장 적은 축에 속했다. 카지노에 빠졌다는 자영업자 김 모씨(36)는 한 번에 '5장(5억원)'을 잃었다. 한국에서 불법 카지노장에 출입하며 돈을 잃자 "두 달여 동안 카지노 관련 책자를 전부 사다가 보면서 카지노 공부만 죽어라 했다"는 김씨는 그 후 본전까지 찾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기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따든 잃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제대로 해보자'며 미국 카지노까지 원정을 간 김씨는 갖고간 5억원을 모두 잃고 왔다.

대학교 교직원 출신인 박광두 씨(56ㆍ가명) 도박경력은 무려 37년이다. 직장에서 재미로 치기 시작한 고스톱이 시작이었다.

80년대 어느 날 호텔 지하 도박장에 들러 도박중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 경험한다는 큰돈(Big Win)을 따고서는 "돈 벌기가 이렇게 쉽구나" 해서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직장인 이 모씨(33)는 정확히 언제 처음 도박을 시작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씨는 군대 제대 후 우연히 친구를 따라갔다 하루에 3000만원을 잃었다. 집단 치료 클리닉에 참여하기로 하고 병원을 찾은 지난주 말 이씨는 매주 말 찾던 경마장을 하루 쉬었다. "경마장에 안 간 시간만큼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TV를 보면서도 말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 생각만 하루종일 하는 거예요. 그제서야 치료 받아야겠구나 절실히 느꼈죠."한명 한명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모인 사람들과 큰 박수를 보내던 신영철 교수는 '거짓말 안하기' '수업이 있는 날에는 제시간에 도착하기'는 꼭 지켜야 하지만 "도박을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숨 쉬는 것 빼놓고 다 거짓말이었다"는 한 참석자의 말에 "저도요. 저도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어요"라며 다들 솔직하게 털어놓는 참석자들에게는 치료 첫 시간의 굳은 다짐이 묻어났다.

도박중독증 환자들의 8주간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하지만 도박중독 회복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만큼 도박중독은 지독한 병(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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