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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스무 명의 사상자를 낸 잠실 고시원 건물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T빌딩 지하 노래방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 것은 지난달 19일 오후 3시53분께. 불은 유독가스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건물 3,4층 나우고시원까지 번져 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2명이 부상했다.

이번 참사는 같은 건물의 노래방 주인 정모(52)씨의 우발적인 방화로 빚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화재에 취약한 고시원의 구조적 문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 지워지지 않는 악몽 = "꼬맹이들이 자꾸 아빠 얘기를 하니까 그럴 때일수록 자형이 없다는 사실에 허전해져요"

'생계형 기러기아빠'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참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고(故) 손경모씨의 처남 이정호씨는 사고가 난 지 한달이 지난 지금도 다른 가족과 만날 때마다 자형의 빈 자리를 새삼 느끼며 허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손씨의 죽음을 알게 된 조카들이 "아빠가 살아계시면 이럴텐데..."라는 식으로 말을 꺼낼 때마다 이씨는 "하늘나라에 가셨으니까 그만 얘기하자"며 아이들을 달래보지만 아빠 생각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졸지에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이씨의 누나(42) 또한 현장에서 찾아낸 손씨의 휴대전화기를 세척해 부식되지 않도록 한 뒤 귀중품을 보관하는 곳에 잘 간직하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숨진 배수준씨의 형 배기만씨는 "사고 직후엔 장례를 치르고 유가족 모임을 갖느라 슬퍼할 겨를이 없었는데 오히려 요즘 들어 동생 생각이 많이 난다"며 "유품은 대부분 장례 때 함께 태웠지만 동생이 몸에 지니고 있던 지갑과 휴대전화기, 여권은 손에 닿는 곳에 보관하고 있다. 이런 물건을 통해 동생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배씨는 일단 다른 유족들과 함께 공동변호사를 선임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살아남은 고시원 거주자들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지옥 같은 참사 현장에서 받은 충격으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에 시달리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옆 골목 다른 고시원 관계자는 "당시 나우고시원에 있던 사람 1명이 우리 고시원으로 옮겨왔는데 사고 때 충격을 받아서인지 횡설수설하고 행동이 이상했다. 결국 얼마 전에 이곳을 나갔다"고 전했다.

빌딩 건물주와 고시원 업주 등도 불의의 방화로 재산을 날린 데다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등 물질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 빌딩 1층에 위치한 2개 식당도 화재 참사로 내부가 손상된 데다 언제 영업을 재개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라 피해가 막심하다.

한 이웃 주민은 "건물주는 사람이 좋기로 유명한데 참 안됐다. 식당 주인들도 권리금을 받지 못해 이전할 수도 없고 영업도 못해 거의 망할 판"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 폐허로 변한 현장…위험 여전한 고시원 = 사고 한달을 앞두고 17일 찾아간 T빌딩은 고시원과 식당 간판들이 그대로 붙어있는 데다 1층 주차장에도 차량이 여러 대 있어 언뜻 보기에는 외벽 군데군데 조금씩 그을린 자국을 빼고는 사고의 흔적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발길을 옮겨보니 발화지점인 노래방 입구 쪽 셔터가 시꺼멓게 그을린 모습과 깨진 유리창과 뜯긴 모기장, 건물 주위에 가득 쌓인 쓰레기와 악취 등이 사고 당시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주차장 안쪽 건물 입구에 늘어져 있는 노란색 폴리스라인과 거미줄, 완전히 타버린 건물 내벽과 산산히 깨진 계단, 유리 조각 등이 버려진 건물의 황폐한 풍경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우고시원처럼 유흥가에 위치한 고시원은 수험생 투숙자의 비중이 적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젊은이나 가출 청소년, 일용직 노동자 등 형편이 어려워 싼 숙박시설을 찾아온 투숙자가 대부분이라 안전설비를 충분히 갖춰놓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신천역 부근 S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한 5년 전부터 이 일대에도 고시원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근처 고시원들도 다 나우고시원과 마찬가지다. 누가 불을 지르면 얼마든지 똑같은 대형화재가 일어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시원들도 자체 안전대책 마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열악한 구조는 쉽게개선되기 힘든 실정이다.

동대문구의 A고시원은 방마다 철제 방화문을 설치한 데다 잠실 고시원 화재 이후 소화기를 모두 교체해 방마다 비치하고 화재경보시스템을 새로 갖췄는가 하면 출입구에 화재시 대처요령을 써놓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책상과 옷장 등으로 일부 창문이 막혀있는 데다 하나뿐인 계단에 방화문도 달려 있지 않아 나우고시원처럼 아래서 화염과 연기가 순식간에 올라올 경우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전농동 B고시원도 소화기를 갖춰놓기는 했으나 방문이 나무재질인데다 종이로 방 내부를 도배해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고시원 거주자 최모(22.여)씨는 "고시원에 사는 게 불안하긴 해도 어쩔 수 없다. 고시원 사는 사람들 사정이 뻔한 거 아니냐. 싼 가격에 잠자리를 마련할 수 있으니 돈이 궁한 사람들이 고시원으로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고시원 안전 대책은 = 잠실 고시원 참사 직후 소방방재청은 보건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건설교통부, 한국고시원협회 등 유관 기관과 함께 긴급 회의를 열어 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관할 구청, 한국가스공사, 한전 등 유관 기관들과 함께 전국 4천211개 고시원을 대상으로 일제히 특별 안전점검을 시작해 실태 조사에 나섰고 고시원 신고제 도입 추진과 안전위험구역 지정을 통한 특별 관리방안 등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특히 건축법 시행령에서 따로 용도 분류가 돼 있지 않아 고시원이 사실상 자유업 지위를 누리며 규제ㆍ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고제 도입이 갖는 의미가 무엇보다 클 전망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서도 소관 부처 쪽으로 권고를 하고 있어 고시원에 대한 업종 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소방법 규정이 있어도 인테리어가 다 갖춰진 뒤에 '제거하라, 고쳐라' 하니 어려움이 많았다. 신고 및 허가제가 도입되면 미리부터 관리ㆍ감독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특별 안전점검에서 상당수 고시원들의 소방 시설이 불량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바로잡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점검을 마친 전북 지역 98개 고시원 가운데 69.4%인 68곳이 '불량' 판정을 받았고 경기도 지역 801개 고시원 중 29%(230곳)와 충남 지역 38개 고시원 중 34.2%(13곳)도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량' 판정을 받은 고시원들은 대부분 자동 화재탐지장비 작동 불량, 소화기 및 휴대용 비상조명등 미설치, 가스레인지 호스 불량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전국 고시원 실태조사가 끝나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반기 중 관련 법령에 대한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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