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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이:청송교도소 524번 꼴베.’ 지난 7월 인천 화수동의 민들레 국수집에 발신지가 청송교도소로 찍힌 등기우편 한 통이 날아왔다. 봉투 안에 든 것은 10만원짜리 우편환. 이 교도소에서 16년째 복역 중인 박모씨(45·세례명 꼴베)가 가장 최근에 부쳐온 편지다.

2003년 4월 민들레 국수집이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박씨가 보내온 돈은 모두 1백20만원이 넘는다. 교도소 내 작업장에서 일해 번 것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이다. 종이 쇼핑가방을 만드는 제8작업장 반장인 그의 작업수당은 월 7만원 정도.

“노숙자들은 배를 곯으면 다른 마음을 먹고 범죄에 빠지기 쉽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내가 보낸 돈으로 그들이 밥 한끼라도 제대로 먹어 나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씨가 국수집 후원자가 된 것은 11년 전 당시 천주교 수사로 교정사목이던 서영남씨(52)를 알게 돼 꾸준히 서신을 주고받아온 게 인연이 됐다.

서씨가 환속 후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식당인 민들레 국수집을 열자 그는 푼푼이 모아둔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14일 청송교도소에서 만난 박씨는 “수당을 꼬박꼬박 모았는데 10년이 넘어가니 꽤 쌓이게 됐다. 나는 여기서 밥 먹고 옷 입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서 달리 돈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가 민들레 국수집을 후원하는 것은 어머니에게 못다한 효도를 대신하는 의미도 있다.

1990년 인천에서 건달로 지내던 그는 어느날 밤 연안부두에서 동료들과 강도에 가담하고 말았다. 잡다한 전과가 많았던 박씨는 ‘징역 20년6월 보호감호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어떡하든 건강하게 살아서만 나오라”는 어머니의 말이 유일한 의지가 됐다. 어머니는 아들이 평소 즐겨 먹던 삶은 꽃게를 손에 쥐어주며 눈물만 흘렸다.

아들 때문에 심장병을 얻은 어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인천에서 청송까지 몇달에 한 번씩 면회를 왔다. 박씨는 그때서야 비로소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식의 석방을 끝내 보지 못하고 2002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부음을 알리는 편지를 받아들고 박씨는 몇날 며칠을 울었다. 평생 속만 썩인 아들, 어머니 살아생전 효도 한번 제대로 못 한 게 두고 두고 한으로 남았다.

민들레 국수집은 어버이날이 되면 박씨 어머니를 모셔 식사를 대접하고 옥중의 아들을 대신해 카네이션도 달아드렸다. 어머니 임종을 지킨 사람도 민들레 국수집 서영남씨였다. 그 마음의 빚을 지금 박씨가 조금이나마 갚고 있는 것이다. 박씨는 민들레 국수집에서 공짜로 밥을 먹는 어른들을 모두 ‘어머니’로 생각하고 있다.

암담했던 교도소 생활도 3년쯤 지나니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서예를 배워 교정 서예대전에서 입상도 했다. ‘꼴베’란 세례명을 얻고 천주교 신자도 됐다. 꼴베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 대신 죽겠다고 나섰던 신부의 이름이다. 긴 수감생활을 버텨보자는 생각에서 갖게 된 신앙은 현재 그의 생활을 지탱하는 큰 힘이다.

박씨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자매상담’ 시간. 형처럼 따르는 서씨와 서씨의 부인 강베로니카씨가 과일과 김밥, 족발 등 이런저런 음식을 가져와 장기복역 중인 재소자 15~20명과 함께 나눠 먹는 모임이다.

박씨의 영치금은 몇년째 ‘0원’이다. 서씨가 면회올 때마다 넣어주는 영치금을 “나는 필요없으니 나한테 줄 영치금으로 차라리 음식을 더 많이 사와서 다른 이들과 나눠 먹게 해달라”면서 한사코 거절한 탓이다. 2011년 3월이면 박씨는 청송교도소를 출소한다. 출소 후 계획을 묻자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민들레 국수집에 가서, 곁에서 일을 돕고 싶습니다.” 작은 노점상을 하면서 생활 벌이를 하고, 민들레 국수집 운영비에 보태겠다는 게 그의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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