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생한 잠실동 고시원 건물 화재로 8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지만 화재 현장 부근에 있던 시민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인명구조에 적극 나서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화재 당시 부근에서 전기공사를 하던 기사들과 일부 이웃주민은 불길과 유독가스를 내뿜는 사고 현장에 몸을 사리지 않고 접근, 고시원 건물 안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사다리로 구해내는 인간애를 발휘했다.
주인공 가운데 한명인 한승전기조명 변관연(37) 과장은 화재 현장 바로 옆 건물의 한 삼겹살 식당 리모델링 현장에서 전기공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고시원 건물에서 연기가 나고 사람들이 창문 근처에 몰려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화재 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출동하기는 했으나 고시원 건물이 위치한 골목이 사다리차가 진입하기에 너무 좁아 건물 앞까지 미처 도착하지 못한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를 목격한 변씨는 조금 전까지 일했던 식당 안으로 재빨리 들어가 공사 현장에 있던 사다리를 갖고 나왔다. 사다리를 이용하면 몇명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건물 노래방 앞 출입문 근처에 사다리를 걸쳤지만 길이가 짧아 3층 창문까지 닿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이를 지켜보던 동료와 이웃주민 4∼5명이 주변에서 사다리 한 개를 구해와 변씨가 설치한 사다리 위에 올리자 다행히 3층 창문에 접근할 수 있었다. 변씨 등은 곧바로 건물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주민들 구조에 나섰다.
유독가스가 계속 나오고 폭발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조 도중 사다리가 휘어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변씨 등은 포기하지 않고 구조작업을 계속해 4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변씨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연기가 나고 펑펑 터지는 소리 때문에 겁이 나서 가까이 못 다가가 더 많이 구하지 못했다.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마지막에 한 여성이 연기에 질식해서 실신해 (사다리) 위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고 구조 당시의 처절했던 순간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