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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카콜라가 독극물 파동으로 사상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독극물 콜라 사건’으로 115만병을 리콜했지만 파문은 잦아들 줄 모르고, 전국적으로 콜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페트병 코카콜라 매출 최대 50% 감소=코카콜라측은 독극물 주입 피의자인 박모(41·여) 씨가 다녀간 광주, 전남 담양·화순·나주, 전북 군산 등 특정 지역에서만 페트(PET)병 제품을 회수했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17일 광주·전남 내 모든 지역의 페트병 제품을 회수했다. GS25(편의점)와 GS마트(수퍼마켓)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독극물 사건이 알려진 11일부터 14일까지 1.8리터 페트병 코카콜라 매출이 전주(前週)에 비해 40~50%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에서도 10~14일 매출이 전주에 비해 15% 줄었다.

코카콜라측이 회수한 콜라 제품 값은 6억 원 남짓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입은 타격은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회사측은 “당장 1일부터 독극물을 넣겠다”는 피의자의 협박을 받았음에도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독극물 콜라를 마신 피해자 이모(25)씨가 연락을 취했을 때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국민들의 공포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경찰에도 적극 협조해 신속하게 범인을 잡았다”면서 “대응에 다소 미숙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도가 넘는 비난만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 예상된 코카콜라의 위기?=한국코카콜라의 위기는 이미 그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는 것이 음료업계의 중론이다. 콜라가 웰빙 열풍에서 밀리면서 신제품 시장에서 부진했고, 무엇보다 이미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콜라 원액 판매와 브랜드 관리, 마케팅 업무만 담당하는 회사(한국의 경우 ‘한국코카콜라’)와 콜라 원액을 받아 콜라제품을 만들고 다른 음료제품까지 제조·판매하는 회사(한국은 ‘한국코카콜라보틀링’)로 나눠 사업을 벌인다. 한국의 경우 1997년까지 음료 제조는 국내 3개 업체가 지역별로 나눠 맡고 있었지만 코카콜라는 1997년 이들로부터 사업권을 회수,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설립하면서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업체가 한국 업체를 죽인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설립한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경영 실적도 부진했다.

반면 ‘한국코카콜라’는 2004년 380억 원, 작년 253억 원 등 매출액의 3분의 1 정도에 이르는 흑자를 계속 내고 있다. 보틀링 사업을 직영하지 않고 콜라 원액만 팔았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작년부터 계속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 펩시에 밀리는 코카콜라=코카콜라의 위기는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콜라 브랜드 가치는 독보적이지만 2004년 매출은 219억6200만 달러로 경쟁업체인 펩시의 292억6100만 달러에 역전당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펩시가 987억 달러로 965억 달러의 코카콜라를 앞섰다. 콜라 시장에서는 아직 코카콜라가 앞서지만 펩시가 과일주스와 게토레이 같은 이온음료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발해 나가는 데 앞선 덕분이다. 펩시는 전체 매출에서 탄산음료의 비중을 20%로 줄였지만 코카콜라는 여전히 매출의 80%를 탄산음료에 의존하고 있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코카콜라는 한국 시장에서 많은 음료 신제품을 내놨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게 별로 없다”며 “브랜드 파워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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