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새벽 경기북부지역에 ‘물 폭탄’을 방불케 했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고양시에는 지난 93년 전자 장비를 이용해 기상 관측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물 폭탄’은 계획적으로 만들어 놓은 일산신도시의 기능을 삽시간에 마비시켰다.
오전 7시 20분쯤에는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이 침수됐고 1시간 25뒤인 8시 45분까지 경의선과 교외선이 차례로 운행이 중단됐다.
서울로 연결하는 도로 역시 흙탕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버스운행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폭우는 고양과 파주 시민들의 출근길을 가로 막았다.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대체 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빗속을 헤맸다.
시간당 최고 70㎜의 비가 쏟아진 오전 6시부터 고양시 재난상황실 등에는 주택과 도로 침수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고양시는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
고양시는 새벽 3시 30분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고 해명했다.
비상망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시청 직원들은 늦어도 5시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
이런 고양시의 해명과는 달리 상당수의 직원들은 9시가 넘어서야 시청에 도착했다.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고양시는 7시 30분쯤 전 직원들에게 비상연락망을 가동시켰다.
이미 이 시간은 지하철이 잠겼고 철도가 멈추어 서는 등 고양시의 도시기능은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재난 재해 총괄책임을 맞고 있는 경기도 재난 안전 대책본부 역시 제 기능을 못한 건 마찬가지다.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기도 상황실은 3시간이 지난 오전 9시쯤이 돼서야 피해 상황을 일부 확인했다.
재난 피해 보고를 받지 못한 경기도 제 2청 행정 2부지사와 실. 국장들은 어처구니없이 자리를 비웠다.
호우 특보가 내려졌지만 오전 8시 20분쯤. 행정 2부지사 일행들은 경기도로 떠났다. 경기도 의회 신임 의장단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간 것이다.
수원으로 가던 중 뒤늦게 보고를 받고 서둘러 의정부와 고양시로 돌아왔지만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없었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사이 경기도민은 물 폭탄을 바로 보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