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5년간은 이슬도 안 맞혔어요. 죽을 때까지 타렵니다"
20년 된 국산 자동차 '포니2 픽업'의 주인인 이발사 손병준(72.대구시 남구 봉덕동)씨의 남다른 차 사랑과 검소한 생활 태도가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손씨가 처음 포니 자동차를 산 것은 86년 4월.
당시 400만원 가량을 주고 산 포니는 손씨에게 보배와도 같아서 사고로 크게 망가지기 전인 처음 15년간은 비는 커녕 이슬도 안 맞혔다고 한다.
그러다 5년 전 경북 김천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당해 자동차가 심하게 손상되자 크게 낙담한 손씨는 비바람에도 포니를 내버려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씨는 차를 새로 바꾸는 대신 찌그러진 포니를 다시 고쳐나갔고 자식들이 괜찮은 새 중고차를 사준대도 거절할 정도로 포니에 대한 사랑은 더해 갔다.
본업인 이발소 일 외에도 김천에서 논농사와 함께 양봉을 하고 있는 손씨가 쌀이나 벌통을 나르려면 포니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손씨는 "포니를 타고 나가면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이 쳐다보기도 한다"면서도 "작년에는 누가 어떻게 알았는지 집으로 찾아와 500만원에 팔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고장난 일도 있고 고장이 나면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지만 매년 2차례 정기 검사를 받으면서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손씨가 포니를 타고 주행한 거리는 19만여km. 차가 오래돼서인지 예전에 비해 기름을 많이 먹는 감도 없지 않지만 '경제 속도'인 80km를 넘기지 않으면서 크게 무리도 주지 않는다.
손씨의 이웃인 이유한(57)씨는 "포니를 보니 참 신기할 뿐만 아니라 7년된 내 자동차도 더 오래 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며 "진짜 오래 타셨네. 나중 되면 명품 되겠네"하며 부러워했고, 다른 주민도 "핸드폰처럼 차를 자주 바꾸는 세상에서 알뜰살뜰하니 보기 좋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손씨는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운전을 못 할 때, 죽을 때까지 포니를 타고 싶다"며 "좋은 거 갖고 싶은 마음은 다 같지만 형편에 맞춰 아끼면서 사는 것도 괜찮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