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20대 여성 3명을 잇달아 납치해 잔혹한 연쇄살인극을 벌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5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김아무개(26·회사원·군포시 금정동)씨를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다. 여성을 살해한 뒤 주검까지 훼손한 용의자 김씨는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컴퓨터부품회사 영업사원으로, 그동안 도로교통법 말고는 법을 어긴 전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5월15일 밤 11시20분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ㅊ빌딩 앞길에서 윤아무개(22·회사원)씨를 쏘렌토 승용차로 납치해 윤씨의 현금카드로 284만원을 빼낸 뒤 윤씨를 살해했다. 김씨는 이어 군포시 금정동 금정역 인근 전철 방호벽 옆 빈터에서 윤씨의 주검을 불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지난달 9일 밤 11시30분께 산본역 앞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대학 2학년생 김아무개(20)씨를 같은 방법으로 납치해 디지털카메라를 빼앗고 살해한 뒤 나일론끈으로 김씨의 두 손을 묶은 상태로 의왕시 청계동 안양공동묘지 풀숲에 주검을 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어 김씨는 지난 1일 0시16분께 군포시 금정동에서 귀가하던 허아무개(27)씨를 납치해 허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120만원을 빼낸 뒤 살해하고 의왕시 백운저수지 부근 야산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실종 신고된 허씨의 신용카드로 산본역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장면을 폐쇄회로텔레비전에서 확보한 뒤 김씨를 추적해 지난 4일 밤 붙잡았다. 경찰은 김씨 차량에서 납치돼 숨진 여성들이 빼앗긴 신용카드와 카메라를 찾아냈으며 범행에 쓴 나일론끈, 핏자국 5점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해된 여성들의 주검이 흉기 등으로 심하게 훼손된 점을 중시해 살인에 대한 죄의식 없이 또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른 죄가 있는지와 공범이 있는지 등을 캐고 있다.
한편 김씨는 카드빚 1천만원을 갚으려고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버지 명의의 레저용 승용차를 써 온 점 등에 비춰 정확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