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6.5㎜ 비에 청계천 물고기 ‘떼죽음’

by 인선호 posted Jun 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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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지역에 갑자기 내린 비로 청계천 우수관(雨水管·빗물을 모아 흐르도록 한 관) 수문이 개방되면서 오염된 빗물이 유입돼 애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30여분간 청계천 관수교~오간수교 일대에 강수량 6.5㎜의 비가 내리자 10여개의 우수관 수문이 동시에 열렸다. 이어 빗물이 청계천 수로로 쏟아져 내렸고, 이 과정에서 인도에 있던 기름찌꺼기 등 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 청계천으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청계천 물고기 수백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김근섭 시설관리본부장은 “우수관은 10분당 3~4㎜의 집중호우가 15~20분 정도 계속 내릴 경우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수가 역류해 일반 도로가 침수할 것이란 얘기다.

김본부장은 “오늘 상황은 일시적으로 비가 많이 온 데다 200여개의 청계천 수문 가운데 일부만 개방되면서 도로에 쌓인 오염물질이 빗물과 함께 청계천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기상청 관계자는 “30여분간 내린 6.5㎜를 호우로 볼 수는 없다”며 “서울시는 남산에 국지성 호우가 내렸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수문이 개방돼 청계천 물고기가 폐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면서 산란기를 맞아 청계천으로 올라온 어류가 피해를 봤다. 서울시가 100년에 한 번 있는 대홍수에도 견딜 수 있다고 자랑한 청계천이 되레 잦은 비에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 떼죽음을 지켜본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김지선씨(45)는 “작은 비에 우수문이 열리는 바람에 배를 드러낸 채 죽은 어류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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