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홀로 남겨진 너구리 주인이 데려오자 자기 자식인 양 품어줘
이 개는 더욱이 생후 5년 동안 한 차례도 임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새끼 너구리에게 젖을 먹이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에게 모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원군 강내면 다락리 다복마을로 이주한 김희성(50)씨는 지난 22일 아침 평소와 같이 집 옆에 있는 송학산을 산책하던 중 산책로와 100m쯤 떨어진 곳에서 동물새끼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본 결과 작은 동굴입구에서 울고 있는 새끼 너구리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제대로 서지도 못했던 이 새끼너구리는 김 씨의 부인 정진산(47)씨가 전지분유를 타줘도 먹지 못할 정도로 쇠약한 상태를 보였다.
그런데 김 씨 가족이 기르는 발발이 종류인 5년생 ‘순이’는 새끼 너구리를 집에 넣어주자 자기 자식인 양 품어주기 시작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새끼너구리가 발견되기 전날부터 ‘순이’의 가슴이 불고 젖이 나와 김씨 가족들이 걱정했는데 때마침 집으로 데려온 새끼너구리에게 젖을 먹이게 된 것으로 가족들은 물론 이웃 주민들까지도 “하늘에서 내려준 것 같다”며 기뻐하고 있다.
이웃에 사는 김종인 씨는 “개가 새끼너구리를 키우는 것도 신기하지만 임신하지도 않은 개가 젖이 나온다는 것이 놀랍다”며 연신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4대째 이 마을에 산다는 전진희(71) 씨도 “송학산은 높이가 90여m 밖에 안되지만 옛날부터 고라니, 너루, 토끼, 너구리 등이 사는 것을 봐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개가 너구리를 키웠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복이 내린 것이라고 기뻐했다.
중부동물병원 장병석(43) 원장은 “개의 경우 오랫동안 임신을 못하면 난소호르몬의 혼란으로 인한 가성임신상태가 돼 젖이 나오고 모성애가 발달된다”며 “이로 인해 너구리를 거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 가족은 ‘순이’가 보살피는 새끼너구리로 인해 마을의 화제가 됐으며 이웃주민들도 “식구가 늘어난 것은 다복의 증거”라고 입을 모아 마을 이름인 다복마을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