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최소형 비행로봇들이 만났다. 몸체길이가 10여㎝에 불과해 손바닥 위에 가볍게 올라오는 비행기들이다.
건국대의 ‘배트윙(BATWING)’과 일본 지바(千葉)대의 ‘마이크로 플라잉 로봇(μFR)’이 그것이다. 두 초미니 비행기의 조우는 건국대 인공근육연구센터가 개교 60주년 건국르네상스행사의 하나로 18~19일 개최한 신기술융합국제학술대회(ICTF)에서 이루어졌다.
지바대 겐조 노나미(野波健藏) 교수의 기조강연에서 소개된 일본의 ‘마이크로 플라잉 로봇’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소형 비행로봇이다. 길이 13.2㎝, 무게 12.3g으로 헬기처럼 회전날개로 날아올라 동체 밑부분에 달린 0.5g짜리 초소형 CCD카메라로 지면영상을 인식해 자동으로 비행경로를 찾아간다.
12.3g의 무게는 비행체는 물론 자동비행장치, 영상 송신장치, 카메라, 배터리, 모터 등이 모두 포함된 것. 압전(壓電) 세라믹 모터, 즉 전기가 통하면 모양이 변형되는 재료를 사용해서 회전날개를 돌린다. 일본 세이코사가 미세하게 제어가 되는 ‘초음파 압전 세라믹 모터’를 만들었다. 휴대폰 배터리의 5분의 1 크기 배터리로 5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다.
건국대의 배트윙은 지난해 세계 초소형 비행체 국제경연대회에서 신기록을 수립한 비행체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600m 거리를 날아 울타리 너머에 쓰여진 글자를 가장 먼저 인식하는 임무를 놓고 경연을 벌이는 대회다.
지난해에는 건국대팀이 배트윙을 갖고 출전, 1분여만에 임무를 완성해 우승을 차지했다. 건국대팀은 20일 미국 유타주 브리검영 대학에서 열린 국제 초소형 비행체 경연대회에서도 영상촬영전송, 날갯짓 비행체로 비행하기 부문에서 각각 2위에 입상해 종합3위를 차지했다.
배트윙은 길이 12.8㎝, 무게 47g으로 프로펠러 아래에 달린 C-MOS카메라로 지면영상을 촬영, 전송하면 이를 컴퓨터에서 받아보면서 원격조종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완벽한 비행로봇은 아니다. 하지만 헬기처럼 회전날개가 아니라, 일반 비행기처럼 넓은 고정날개를 달고 있어 마이크로 플라잉 로봇보다 안정성이 높다.
이 같은 초소형 비행로봇은 군사 정찰이나 테러, 화재, 건물붕괴 등 사고재난 때 정보수집 용으로 활용된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에 환기구나 굴뚝 등을 이용해 침투시킨 뒤 영상을 전송해 생존자를 확인하고, 오염도를 측정하고, 테러범의 위치를 찾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초소형 비행기는 어디까지나 ‘실내용’이다. 동력의 한계로 먼 거리를 날기도 어렵지만 바람이 불면 쉽게 흔들리고 떨어진다. 학술대회장을 맡은 건국대 윤광진 교수는 “초소형 비행체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바람에 대해 자세를 안정하는 자동항법기술”이라며 “좀더 안정성을 높이면 실외용으로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초소형 비행체 개발이 본격화되면 소설이나 만화에서만 보던 첩보활동이 실제 구현될 수 있고 게임용으로 매력이 높아 수억 달러의 세계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