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직장관이 털어놓은 ‘한심한 청와대’

by 허승현 posted May 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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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에서 2년 3개월여동안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17일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은 오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주최 ‘장관 리더십’ 특강에서 대통령에게 어떻게 업무보고하고 지시를 어떻게 받았느냐는 질문에 “나는 대통령과 독대 보고도 했고 내 의지를 전달해 에너지 정책을 비롯한 정책들을 많이 따내기도 했다”면서도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장관들이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맘대로 못한데 따른 문제점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과 남들이 모르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최고통치자 생각이 달라도 (기회가 없어) 설득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참여정부 들어)대통령과의 독대가 사라진 것은 장점도 많았지만 단점도 있었다”면서 “장관 입장에서 (독대를 해야) 최고통치자가 생각이 달라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참여정부 이전에는 (대통령과의) 독대가 일상적이었고 (청와대) 수석이 독대에 참여해 수석에게 힘이 실렸다”며 “그러나 참여정부 수석들은 현황파악만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런 발언은 참여정부에서 상당수 장관들이 대통령과의 언로가 막혀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고 노 대통령이 취임이후 일부 특정장관들만 독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또 “서울산업대 총장 시절 교육부에 예산을 따러 갔더니 (관련 공무원이) 소파에 앉으라고도 하지 않고 세워둔 채 총장들이 예산타령만 한다고 핀잔을 주더라”면서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들의 권위적인 행태를 신랄히 비판했다. 이 회장은 ““고시 패스한 사람(고위공무원)이 현장을 아느냐”고 반문한 뒤 “공무원들이 너무 똑똑하면 안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장은 특히 “부안 사태 등 대형 국책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것은 (공무원들의) ‘님트(NIMT)’라는 병 때문에 생기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복지가 어떻든 간에 공무원들은 님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님트란 Not In My Term의 준말로 공무원들이 자신의 임기 내에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빗대어 꼬집은 용어다.

이 회장은 이어 “천성산 사태는 (지율)스님 때문에 수조원의 돈이 낭비됐다”고 지적한 뒤 “대형 국책사업은 갈등의 연속인데,장관의 리더십보다는 투명성이나 신뢰성을 높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2003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산업자원부 장관에 재임했으며 곧이어 무역협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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