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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활동 인구증가 현상은 일자리가 부족한 노동시장의 문제로 치부된다. ‘일하지 않는 청년들,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구체적 상황은 어떤 것이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동시장의 문제만으로 보기엔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유는 무척 다양하다. 통계로 그들을 재단하기엔 한계가 보인다. 특히 청년실업자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투영해 볼 수 있는 반면교사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경제활동 인구의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임의적으로 연세대 인문·사회계열에 속하는 한 학과의 95학번과 85학번을 분석 대상으로 골랐다. 95학번은 정원 73명 중 64명이, 85학번은 연락처가 파악된 51명 중(정원은 89명) 42명이 조사에 응했다. 입학 10년 차이가 나는 학번 간 비교를 통해 현재 모습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다. 취업 경력 변화내용과 이유 등을 e메일로 설문조사했고, 내용에 따라 추가로 전화 인터뷰했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재학기간 ▲근무 형태 등을 학번·성별 간 비교했다. 신뢰수준 95%의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기사에 썼다.


비경제활동 인구는 15세 이상 생산가능 인구 중 취업과 실업 등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취업 상태가 아닌 모든 경우를 ‘비경제활동’으로 다시 정의해 의미를 살펴보았다. 실업의 다양한 상태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년실업자로 불리는 비경제활동 인구들은 디지털문화 세대로서 아날로그 문화세대에 대한 저항 의식,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로 인한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암묵적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조사대상자인 95학번 64명 중 16일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원은 총 22명이다. 약 3분의 1(34.4%)을 차지한다. 95학번이 보통 1976년생이므로, 만 30세인 지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원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비경제활동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시·자격증 준비’와 대학원 진학, 재입학 등을 포함한 ‘학업’이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직을 해도 오랫동안 다니기 힘들어지는 시대가 되자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과 조건이 늘어나는 최근 추세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고시·자격증·재입학-“10년째 공부 중”


전모씨(30·여)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하면서 학부는 1년 6개월이 더 걸린 2000년 8월에 마쳤다. “조기퇴직 등 불안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고시를 준비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졸업 이후 두 차례 응시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2002년부터는 고향에 내려가 학원강사로 일했다. 고시 공부를 하느라 일반 기업 취업 준비를 거의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일 역시 평생직장일 수 없는 한계 때문에 그만뒀다. 일반 회사에 들어가기엔 부담스러운 나이를 고려, 지금은 고시를 포기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다.


현재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은 5명(행정고시 4명, 사법시험 1명). 전씨 외에 1명도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조사 대상 비경제활동자 중 3분의 1 정도가 고시(자격증)를 준비한다. 이 중 대학 재학시절부터 준비한 사람이 4명,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시작한 사람이 2명이다.


손모씨(30·여)는 졸업 후 2년 남짓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수료한 다음 고시 공부에 뛰어든 경우다. “학부 졸업 후보다 직장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 또 회사생활이 싫어서 대학원에 갔기 때문에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도 않아, 자격증이 최고라는 생각에 사법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 등 성공 욕구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고시를 택하는 것이 공통적인 이유다. 고시조차도 ‘자격증을 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


여전히 대학에서 ‘공부 중’인 숫자도 8명이나 됐다. 전혀 다른 전공의 학부로 재입학 사람은 2명. 한 명은 사범대, 한 명은 약대 학부로 진학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전공들이다. 약대로 편입한 김모씨(30·여)는 “여직원이 회사 안에서 비전을 갖기는 힘들다고 판단해서 진로를 바꿨다”고 전했다. 이들 15명 모두 미혼이다. 직업 불안정성이 구직 기간 증가뿐 아니라 만혼, 출산율 저하 등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음을 판단할 수 있다.


#불규칙적 노동-“띄엄띄엄 일하기”


상황에 따라 파트타임 형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5명이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프리터족(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 니트족(무업자) 등의 개념에 가깝다.


이모씨(30)는 졸업 후 장교로 군대를 다녀 온 다음(2004년), 4개월 동안 학원에서 영화제작 과정을 들었다. 지난해 입사시험에서 낙방한 이후로는 구체적인 계획없이 지낸다. “별다른 취업 의지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의 직업관은 단순하지 않다.


“자기 적성과 재능을 모색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제도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남자는 군대 때문에 더욱 그렇다. 2~3년 하고 싶은 일 하고 나면 34세 안팎이 된다. 고용시장이 유연해졌다고 하나 이런 나이의 사람을 받아주지는 않는다. 취업 시기를 지나면 완전히 끝난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본’(재산, 학력 등)이 없는 사람은 강박관념 속에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재능과 적성이 다양한 사람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정해진 규칙대로 따라가야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제도에 실망하고, “자신이 사회를 ‘왕따’시키고 있는 셈”이다. 논술 첨삭 아르바이트로 월 40만~60만원의 용돈을 벌며 생활하는 이씨는 일단은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꿈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모습은 대학원생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취업난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시간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학력 백수’ 또한 증가하는 것. 대학원 석사 과정 졸업 후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권모씨(30)는 대학원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휴학한 상태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불규칙적으로) 한다. 1백50만원 안팎 받는다. 그 돈으로 집을 살 수는 없지만 욕심 부리지 않으면 나쁠 것도 없다. 혼자 자취를 하면서 저축 안하면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 다닐 수 있다. 돈이 많아서라기보다 고학력 노동인구 과잉으로 전망이 없으니까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나온다. 1백만원 벌어도 돈 모아서 뉴욕으로 건너가 유명한 카페에서 먹고 싶은 치즈케이크 먹고 오는 시대 아닌가.”


팍팍한 노동시장 현실이, 졸업·취업·결혼의 단계를 30세 전후에 차례차례 밟아가는 전통적 삶의 방식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세대와는 또다른 삶의 형태가 이 땅의 청년들 사이에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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