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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에 입양 허용 추진도... 서구와 달리 결혼 자체에 부정적인 독신은 적어
"싱글로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력"... 사교모임·자기 관리에 적극적


혼자 사는 한 30대 여성은 최근 은행 대출을 받아 강북에 아파트를 한 채 구입했다. 그는 “애인이 생겨도 이렇게 행복할까 싶다”며 “사랑이야 불타오르다가도 사그라들게 마련이지만 아파트는 영원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경제적인 안정감이 이렇게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가져다 줄지 몰랐다”며 기뻐했다.

40대 초반인 여고 동창생 네 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그 중 유일하게 독신인 한 여성이 말했다. “너희들은 남편도 있고 아들, 딸도 있고 가정도 있고…, 없는 게 없구나.” 그랬더니 다른 친구가 말했다. “넌 그 모든 것을 합쳐도 가질 수 없는, 더 큰 걸 가졌잖아. 자유 말이야, 자유.” 독신 여성은 “그 말은 맞지. 그런데 자유를 얻으니까 외로움도 한 세트처럼 따라 오더라고”라며 웃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인 가구 수는 268만명으로 추산된다. 올해엔 275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인 독신자 가정은 전체 가구의 37%로 약 98만명에 이른다. 이렇듯 1인 가구 수로만 따지면 국내 싱글 수는 300만명이 좀 안 된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남녀나 부모와 함께 사는 ‘돌아온 싱글’, 배우자 없이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 ‘싱글 대디’까지 합치면 전체 독신자 수는 5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소의 이연수 상임연구원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개인주의, 결혼관의 변화 등으로 독신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독신이 하나의 가족 형태로 뿌리 내린 서구사회와 달리 한국의 독신 중엔 ‘언젠가는 결혼해야겠다’고 여기는, 가족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조선일보와 리서치플러스가 30~40대 싱글 328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건강’(44%)과 ‘돈’(19%), ‘자아실현’(14%)을 꼽았다. ‘가족’(12%)과 ‘결혼’(7%)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앞으로 결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의 65%와 여성 응답자의 40.5%가 “결혼 계획은 없지만 결혼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남성 응답자의 11.7%와 여성 응답자의 33.1%는 “전혀 없거나 회의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독신자는 어쩌면 한결같이 재테크를 잘하고 자신의 미래에 과감히 투자하는지 모르겠다. ‘초라한 싱글’은 간 데 없고 ‘화려한 싱글’만 있다. 업체들은 ‘싱글을 위한 제품’이라면서 싱글족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은행권에서도 ‘화려한 싱글의 재테크 방법’이라면서 경제력 있는 독신자를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가히 ‘독신 시대’가 열렸다고 할 만도 하다. 이쯤 되니 ‘독신 가구의 입양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 개정까지 추진 중이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지난해 말 “2020년이 되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21.5%가 될 것”이라며 “혼인을 해야 입양할 수 있다는 규정은 아이가 없는 독신 가구가 확산되는 현재의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싱글 시대’가 열린 것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최근 ‘독신자 1000만 시대’란 특집 기사에서 “지난 30년 사이 프랑스의 독신자 비율은 두 배로 늘어나 3가구당 1가구가 독신자 가구이고, 파리 시내에선 2가구당 1가구가 독신자 가구”라고 했다. 2004년 기준으로 프랑스 인구는 6200만명으로, 그 중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25세 이상의 독신자 수는 960만명(남자 520만명, 여자 44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중국도 최근 인구 통계조사 결과, 베이징과 상하이에 사는 싱글족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중국에선 독신을 ‘제3차 단션주(單身族·싱글족)’라 부르는데 연령대가 28~38세로, 수입이 높고 자신의 일과 취미를 갖고 있으며 독신 인생을 즐기는 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싱글에게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요즘 싱글의 최대 화두는 돈이다. 돈 없이는 ‘화려한 싱글’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 6월 조선일보와 리서치플러스의 조사에서도 싱글들은 ‘경제력’(63.7%)을 싱글로 사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일’(29%)이 그 뒤를 이었고 ‘친구’(4.3%), ‘취미’(2.4%),‘종교’(0.6%)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싱글은 기혼자와 달리 누군가를 돌보아야 할 책임이 없다. 대신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 전력을 다한다. 병원에 가서 건강을 체크하고 헬스클럽에 가서 몸을 만들고 보다 지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어학 등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힌다. 그렇다 보니 자기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주저없이 지갑을 여는 편이다.

잡지사 편집장인 한 40대 남성은 “내 몸뚱이 하나 챙기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며 “혼자 사는 남자가 없어 보인다는 말까지 들을까 봐, 부지런히 헬스클럽에 다니고 패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한 30대 여성은 일주일에 두 번은 요가 개인레슨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은 4시간씩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러니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드는 사람만 독신(獨身)시장에 남았다”는 말도 나온다.


독신은 더 이상 고독하고 외로운 집단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와 유행을 주도하는 집단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체 입장에서 이들은 최고의 타깃이 된다. LG애드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2033세대(20~33세)가 가장 역동적인 소비자층”이라면서 “이들은 결혼에 얽매이지 않는 ‘행복한 싱글’로서 데이트 친구를 두고 독신 생활을 즐기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술대학 강사인 김모(34)씨는 “남편이 돈을 잘 벌어다 줘도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스타벅스 커피 한잔 마시기도 아깝다”면서 “그런데 싱글 친구들은 주말이면 비싼 곳에서 브런치 먹고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삶을 만끽하더라”고 했다.

언뜻 보면 싱글의 삶은 자유롭고 화려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시트콤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에서처럼 사교파티를 즐기는 ‘화려한 싱글’만 있는 건 아니다. 근사해 보이는 삶 뒤에는 처절하고 현실적인 생활이 있다.

싱글들이 “외롭고 고독하다”고 말하면 기혼자들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싱글이 느끼는 외로움은 훨씬 현실적이다. 얼마 전 결혼해서 10년 넘는 싱글 생활을 청산한 한 공무원(35)은 “퇴근한 뒤 어두운 집에 들어가 불을 켜야 한다거나 주말 저녁에 갈비탕이 먹고 싶은데 혼자 가야 할 때 불현듯 가슴이 서늘해졌다”며 “이제 그럴 일은 없어진 것 같다”라며 웃었다.



혼자서도 즐겁게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싱글은 노력한다. 파티 같은 사교 모임에 부지런히 따라다니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독특한 놀이 문화를 만들어간다. 프리챌이나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엔 ‘멋지게 사는 30대 솔로들의 모임’ ‘싱글 카페’ ‘30대 러브 하우스’ ‘낭만 30 클럽’ ‘베스트 솔로’ 같은 카페가 수도 없이 있다. ‘클럽 프렌즈’ ‘세이큐피드’ ‘파티즌’처럼 싱글족을 위한 사이버 사교클럽을 운영하는 사이트들도 있다.

스포츠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다 동지 같은 친구들까지 옆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을 경우 그들은 혼자 사는 것을 은근히 즐기게 된다. 전남 나주에 사는 40대 여고 교사는 “여름방학이면 한 달씩 해외 여행을 다닌 지 10년이 다 됐다”며 “이따금씩 심하게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여행다니다 보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아예 안 든다”고 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같은 것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물론 이 모든 것 이전에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건강한 싱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국민대학교 사회학과의 김선영 교수는 독신자 증가에 대해 “현대사회를 ‘독신자 사회’라고 하는 말도 있듯이 삶의 행복을 개인적인 자아실현에서 찾게 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독신이 ‘고립’을 의미해선 안 되고 사회적인 연계망과 상호 작용을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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