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들,‘공포의 탈북루트’ 되짚는다…열흘간 대장정 백두산까지

by 허승현 posted Apr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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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탈북자)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탈북 경로를 그대로 되짚어가는 열흘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는 제3국을 통해 북한을 탈출한 청소년 16명이 한국까지의 탈출 경로를 거슬러 따라가는 '기나긴 여정'을 오는 9월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의 여정은 9월1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다. 베이징에 모인 새터민 청소년들은 열차편으로 랴오닝성 선양으로 이동한다. 선양은 이들이 베트남과 몽골,미얀마 등 제3국으로 떠나기 직전 숨어지내면서 한국 영사관을 통한 직접 탈북과 제3국을 통한 간접 탈북 등 남한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고심했던 곳이다.

이후 새터민 청소년들은 지린성 옌지시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4박을 하며 자신들의 당시 행적을 되새긴다. 두만강을 넘은 새터민들이 대부분 거쳐가며 짧게는 1년,길게는 3년씩 머물렀던 중간 기착지이다.

이어 지도교사를 따라 2∼3팀으로 나뉘어 죽음의 국경선을 넘어 처음으로 밟은 중국 도시 훈춘,투먼,왕청,룽징 등 4개 도시로 흩어지게 된다. 이곳에서 1∼2일간 자신들의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군과 온성군의 두만강 접경지역까지 거슬러갈 예정이다.

자신들의 탈북 경로를 되짚어본 학생들은 옌지에 다시 모여 백두산에 올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기자신과의 약속을 다지게 된다. 이들의 여정은 3대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새터민 학생들이 '기나긴 여정'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탈북은 그들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여정에 참가하는 회령군 출신 신영옥(17)양은 "탈북 과정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 처음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온성군에서 왕청,연길,심양,미얀마를 거쳐 탈북에 성공한 김모(17)양도 "탈북은 남들에게 얘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런 과정이었다"며 "그러나 어렵게 결심한만큼 희망을 찾아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1998년 함경북도 샛별군에서 두만강을 건너 훈춘,옌지,선양을 거쳐 베트남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최모(18)군은 "기억하기 싫지만 한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셋넷학교 박성영(44) 교장은 "남한에 들어왔다고 해서 새터민 청소년들이 유년기에 겪었던 공포와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가장 힘들었던 자신의 역사를 영상에 담는 이번 대장정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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