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천재소년 송유근군 대학생활 엿봤더니…

by 인선호 posted Apr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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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1시 일반물리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 인하대 5호관(자연과학관)동 408호 강의실. 자연과학계열 1학년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대비해 문제풀이를 하는 교수의 설명을 경청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3월에 입학한 천재소년 송유근(10·자연과학계열1)군도 맨 앞자리에 앉아 호기심 어린 표정을 한 채 위치·운동에너지, 마찰력 등 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응용한 풀이법 강의를 듣고 있었다.

송군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이 수업은 학점과 관계없이 듣는 청강과목이다. 송군은 이번 학기에 17학점을 수강신청했지만, 인하대 측이 아직은 부족한 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익히라는 뜻에서 일반물리 과목을 청강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송군과 함께 수업을 듣는 이솔근(20·정보통신공학부1)씨는 “유근이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수업 때 필기하는 내용을 옆에서 훔쳐보면 수업을 잘 따라간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10∼15세나 많은 형, 누나들과 말을 잘하지 않는다면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이 때문인지 인하대도 학생 2명을 선발해 송군의 수업을 따라다니며 학교생활을 도와주도록 했다.

17년 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어머니 박옥선(47)씨는 “아직 어려서 대학생 형·누나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교수와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달라진다”면서 “교사 경험으로 볼 때 유근이는 공부 외적인 부문에서는 전형적인 초등학교 3학년의 특징을 보이고 있으나 강의를 받을 때는 그렇지 않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의 말대로 송군은 강의를 잘 따라가고 있는 듯 보였다. 송군의 학교생활을 돕고 있는 김래나(22·여·물리학과4)씨는 “1대1 수업 도중 양자역학 등 나조차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단원을 교수와 능수능란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가끔은 기본적인 물리학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도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직은 실력이 들쭉날쭉하다는 말이다. 3년여 전부터 송군의 학업을 도와온 이 학교 박제남 입학처장도 송군의 실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뜸 손가락을 펼쳐보였다.

박 처장은 펼친 손을 가리키며 “튀어나온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는 것처럼 유근이도 잘하는 영역은 매우 뛰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중·고교 수준에 머물 정도로 실력의 편차가 크다”며 “앞으로 2년간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쪽에 치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은 또 실력 키우기가 아닌 부족한 부분 채우기에 치중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송군이 대학수업을 무리없이 따라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하대 측이 수업 적응 외에 신경쓰는 것이 송군의 신체·정신 발달 상태다. 외국의 영재교육 대상 학생 중 10% 정도가 자폐증 증세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하대 측은 오는 15일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도록 하는 등 주기적으로 신체·정신 발달상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 6시 수학 수업을 끝으로 수업을 모두 마친 송군은 기숙사 대신 드럼 동아리로 발길을 옮겼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수업에 피곤할 만도 하지만 좋아하는 드럼을 친다는 생각에 표정이 저절로 밝아진 모습이다. 가방에 드럼채를 끼운 채 드럼 동아리를 향해 가는 뒷모습은 수업을 마친 뒤 즐거워하는 ‘초등학생’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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