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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줄로 알았던 청소년 성매매 업소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무대는 항구도시 전남 여수의 티켓다방이었다.
올 2월 그저 커피 배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봉산동 명동다방을 찾아간 김 아무개양(18)은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다.김양은 “봉산동 일대 다방은 거의 미성년자 티켓영업(성매매)을 하는 업소들이다.손님에게 몸을 팔지 못하면 온갖 상스러운 욕설을 들어야 했다.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잠을 못 자고 몸을 팔았다”라고 말했다.임신한 김양에게 업주는 뚱뚱하다며 밥을 사흘이나 굶겼다고 한다.


지난 3월 초 김양은 ‘여수 성매매 피해여성 상담센터’의 도움으로 다방에서 빠져나왔다.김양은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말하면서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끝내 거부했다.경찰에 대한 불신이 컸다.김양의 말이다.“명동다방에 경찰이 단속 나왔을 때 미성년자가 세 명 있었지만 그냥 갔다.경찰은 업주랑 친하고 아가씨들의 실제 나이도 알고 있었다.경찰이 일반 회사 사무실에서 차 배달을 여러 번 시켰는데 그때마다 만지고 반항하면 욕했다.”

파출소 10m 앞 티켓다방 성업

김양 건을 접수한 국가청소년위원회 중앙점검단(이하 점검단·상자기사 참조)이 지난 3월14일 여수 봉산동 일대 티켓다방 단속에 나섰다.항구 주변인 봉산동에는 여관이 촌을 이루었고 다방이 즐비했다.차 꾸러미를 든 아가씨와 아가씨를 나르는 경차가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파출소에서 불과 1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다방도 있었다.


14일 오후 김양이 일하던 명동다방에서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아가씨들이 계속해서 배달을 나갔다 돌아왔다.한 아가씨는 한 시간 만에 다방에 돌아왔는데 머리 모양이 바뀌어 있었다.몇 차례 배달 광경을 지켜보던 점검단은 명동다방을 급습했다.다방에는 업주와 차 배달 나갈 때 운전을 해주는 아저씨 그리고 아가씨 두 명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박씨와 정씨 성을 가진 두 아가씨의 나이는 열여섯 살. 친구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이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정양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난리냐”라고 대들었다.기자가 ‘미성년자가 다방에서 일하는 게 잘못된 일이 아니냐’라고 되묻자 정양은 “오빠는 하지 말라는 짓 안 했나. 누구나 슈퍼에서 물건을 훔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박양은 삿대질을 해가며 “경찰이면 다냐. 인권침해로 고소하겠다”라고 말하며 진술조차 거부했다.

전남 여수시 봉산동 일대 다방에서 일하는 미성년자들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점검단 단속에 적발된 정 아무개양(위)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두 사람은 성매매는 물론 차 배달도 한 적 없다고 잡아뗐다.수집한 정보와 배달 나간 시간과 장소를 들이밀자, 이들은 차 배달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바꾸었다.사전에 업주와 말을 맞춘 것처럼 보였다.정양은 “업주가 엄마 친구인데 잠시 일을 도와주고 있다”라고 말했다.업주 양 아무개씨(여·45)는 “당장 정양 엄마에게 전화를 해달라”라고 말했다.


양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갈 데 없는 애들을 돌봐주지 않으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빨리 파출소에 가게 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다.


ⓒ시사저널 안희태전남 여수시 봉산동 일대 다방에서 일하는 미성년자들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 점검단 단속에 적발된 정 아무개양(위)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점검단이 다방에 들이닥친 지 30분쯤 지난 8시30분께 파출소 경찰관이 왔다.업주와 경찰관 한 명은 안면이 있는 듯 인사를 주고받았다.이 경찰은 “다방에서 청소년을 고용한 사실과 이들이 성매매를 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점검단은 업주 양씨와 정양·박양을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서 나온 두 소녀 사라져

파출소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은 이들은 밤 10시쯤 여수경찰서로 신병이 인도되었다.밤 12시가 넘어 기본적인 조사가 끝났다.그러자 경찰은 다음 날 조사받을 것을 약속하고 이들을 업주와 함께 다방으로 돌려보냈다.담당 경찰은 “부모님이 인천에 있어서 내려올 수 없다고 하는 데다 그들이 사회단체로 가는 것을 거부했다.늦은 시간인 데다 현행범을 체포한 것도 아니어서 일단 숙소로 보냈다”라고 말했다.하지만 그 다음 날인 3월15일 이후 정양과 박양은 자취를 감추었다.


채무 관계나 협박으로 청소년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에 대해서는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과 함께 신상이 공개된다.하지만 이렇게 처벌되는 업자는 거의 없다.청소년을 고용해 차 배달만을 시켰을 경우, 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 선고된다.그러나 1~2개월 영업정지가 내려지는 게 보통이다.명동다방 업주에 대해서 담당 경찰관은 “청소년을 고용해 차 배달을 시킨 것은 구속될 사안은 아니어서 피의자 조사를 받고 돌려보냈다”라고 말했다.

여수의 한 다방에서 우리 나라에 미성년자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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