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탕에 삶은 계란만 ‘둥둥’… ‘황당한’ 여고 급식

by 허승현 posted Mar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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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이 맑은 국물에 띄워져 있으면 계란탕일까? 알탕일까?”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부실한 학교급식으로 도마에 올랐다. 누리꾼 ‘닮큐멘터리’는 27일 자신의 블로그(http://blog.daum.net/rmwjrmfo)에 ‘어느 학교의 계란탕’이라는 글을 올려 “지난 21일 저녁 형제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나온 급식메뉴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계란탕’이라고 나온 국이 맑은 국물에 삶은 계란 1개가 띄워져 있었다”며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그는 “이 학교에서 하루에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100리터짜리 6통”이라며 “급식이 안 좋으니까 (학생들은) 아예 먹지 않고 매점으로 달려간다”고 전했다. 고발 글을 올린 계기가 ‘계란탕’에 있지만, 그 동안 누적된 학교쪽의 부실한 급식이 원인이었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학교는 직영으로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 1명당 월 급식비가 10만원이고, 한끼 책정 예산이 2100원이지만, 학교급식법에 따라 이 가운데 70%인 1340원이 식품 구입비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낚인 글이냐? 진짜냐?


이 글이 올라온 뒤 누리꾼은 조작 사진이냐 아니냐를 두고 반신반의했다. ‘진위 논란’이 인 것이다. 설마 학교 급식에서 저런 메뉴를 `계란탕'이라고 제공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푸하하하 계란탕… 진짜 센스있다…”( ‘호랑이멍멍’)거나 “저건 알탕 아닌가요?”(타잔)라며 비꼰 이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부실한 학교 급식에 분개했다. ‘촛불’은 “고2 학생을 둔 부모 입장으로 화가 난다”며 “그 사람들은 자식이 없답니까?”라고 흥분했다.

‘다음’은 “급식비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부모들은 힘들게 내고 있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급식이냐?”고 따졌다. ‘억순이’는 “정말 너무한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할 말을 잊었다”고 했으며, ‘자유’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급식을 줄 수가 있느냐”고 꾸짖었다.

‘inhan’는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해야 할 대상”이라며 “틀림없이 업체와 학교 사이에 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굴산심마니’도 “2100원짜리 직영 급식으로는 너무 심하다”며 “당장 검찰은 모든 서류를 압류해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현정님’은 “전국적으로 급식 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참에 도시락싸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름다운바다’는 “도시락 싸기 운동을 전개하는 게 좋을 듯 하다”며 “(학생 뿐 아니라) 교사들도 단합해야 한다”고 썼다. ‘푸른안개’도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며 “차라리 반찬이 김치 한가지라도 도시락을 갖고 다니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 해당 고등학교, 27일 사과문 올려


그러나 ‘부실 계란탕’은 <한겨레> 취재 결과 진짜 ‘계란탕’인 것이 확실했다. 문제가 된 광주시 남구 동아여고는 27일 사과문을 내어 “3월 21일 석식 식단에 일부 학생들이 불만 사항을 학교 홈페이지에 4건, 그리고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에 2건의 글을 올렸다”며 “불만사항에 대해 본교 영양사 및 관계자가 검토한 바 식단의 불충실, 배식과정에서 양 조절 등의 미숙으로 학생들의 불만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교는 “매월 식단을 계절과 영양가를 고려해 작성하고 있지만 가끔 학생들의 입맛과 기호에 맞지 않거나 식자재의 불충분한 양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본교는 급식을 직영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과 영양을 위한 최선의 식단과 급식소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학교는 “금번과 같은 학생들의 급식에 대한 불만이 일어나지 않도록 영양사의 연수, 급식 종사자 교육을 철저히 해 내실있는 급식소 운영을 할 것”이라며 “또 학교급식에 대한 모니터링제를 운영해 학생 및 학부모의 불만사항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대책도 내놨다.

이 학교 급식 담당자 신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계란을 풀어서 끓일 때보다 계란 한 개를 통째로 넣어야 영양가가 더 높은 반면 식재료비는 더 많이 들어 학생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국물 또한 맹물이 아니라 육수로 끓였고, 파나 무로 국물맛을 냈다”고 해명했다.

신씨는 “학생들의 불만이 접수된 이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물어 식단이나 위생 등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며 “한끼에 20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급식을 준비하다보니 모든 학생들의 기호에 맞추는 식단을 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 2005년 1월 결식어린이 부실도시락 파문 서귀포시 발칵



부실도시락 급식 파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1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결식 어린이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의 부실한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전국적 파문을 부른 바 있다.

한 자원봉사자가 당시 서귀포시가 결식어린이에게 제공한 도시락의 먹다 남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자, 여론의 맹비난이 쏟아져 서귀포시장이 나서서 사과를 하고 결식어린이에 대한 급식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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