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 계산대 ‘긴줄’ 짜증 없어진다

by 정훈섭 posted Mar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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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점에서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물건값을 치르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제품에 붙인 ‘전자태그(Tag)’에 담긴 가격정보를 계산대의 기계가 한꺼번에 읽어 내는 시스템이 거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이미 납품업체들에 전자태그 부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자태그에 담긴 정보를 사생활 침해나 통제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류 등 혁신 가져올 차세대 바코드

전자태그는 영어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 주파수 인식)로 불린다. 주파수를 이용해 무선으로 정보를 읽는다는 뜻이다. 바코드보다 저장 용량이 크고 편리해 ‘슈퍼 바코드’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코드는 리더기를 직접 혹은 매우 가깝게 갖다 대야 정보를 읽을 수 있지만 전자태그는 짧게는 수십 cm, 멀게는 수백 m 떨어져 있어도 판독이 가능하다.

바코드 리더기가 한 번에 한 개만 읽을 수 있는 데 비해 전자태그는 여러 개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저장 용량도 바코드의 5000∼6000배나 된다. 할인점에서 물건을 담아 리더기를 통과하기만 하면 한꺼번에 모든 계산이 끝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상용화가 늦어진 것은 단가가 500∼1000원으로 비싸기 때문. 과자나 껌에 붙이면 제품 값보다 태그 값이 더 비싸다. 수십∼수백 m 거리에서 작동하는 태그의 단가는 1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단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어 내년이면 전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세계시장 2010년 10조 원

전자업계는 전자태그를 물류 유통, 정보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황금 시장’으로 보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도 전자태그 세계시장이 급성장해 2010년에는 연간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시스템통합(SI)업체와 LS산전 등 100여 개 업체가 전자태그 관련 솔루션과 제품 개발에 뛰어든 상태.

LS산전은 16일 충남 천안공장에서 연간 1억 장의 전자태그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정보통신부와 조달청, 해양수산부에서 시범사업으로 삼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활발하다. 강원도는 최근 대관령 한우에 전자태그를 달아 성장, 도축, 가공, 유통 등 전 과정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 위치추적 사생활 침해논란도

전자태그 시스템은 방대한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 확인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인공위성과 연계하면 위치 추적도 가능하다.

이미 미국은 교도소 재소자, 성폭행 전과자, 어린이, 치매환자 등에게 전자태그를 넣은 팔찌를 채워 위치 추적에 이용하고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1월 승용차 자율요일제에 전자태그 시스템을 도입해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시내 곳곳에 설치한 리더기로 위반 차량을 적발하려는 것이지만 전자태그를 단 요일제 차량의 서울시내 운행 상황이 모두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10년까지 모든 국민의 주민증에 전자태그를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새로운 주민 통제장치로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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