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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밤 알제리에서 귀국행 특별기에 몸을 실은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귀국길 관행이던 기내 간담회를 취소한 것부터 천근만근의 심경이 엿보인다. 지난 6일 이총리에게 “돌아와서 보자”며 국정을 맡기고 출국한 노대통령은 순방중에 일절 말을 삼갔다. 참모들이 촘촘히 챙긴 국내 정치상황과 ‘악화된’ 여론은 이미 숙지한 상태이고, 이제 선택과 결단만 남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대통령이 귀국후 청와대의 ‘사실관계’ 보고, 이총리 면담, 여당 지도부와의 협의를 거친 뒤 종합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변수가 될 이총리 거취를 두고 3~4개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사표 수리후 후임 임명=노대통령이 이총리의 사표를 받고, 후임총리 인선에 착수하는 그림이다. 거짓 해명까지 겹치면서 화난 민심과 열린우리당의 ‘사퇴 불가피’입장을 수용하는 결정이다.

그 시점은 이총리가 20일쯤 예정된 후임 환경장관 등의 내각추천권을 행사한 뒤가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청와대가 미래 국정과제에 주력하며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을 유지해 온 상황에서 후임 총리 물색은 상당시간 소요될 전망이다.

국회의 인준 청문회와 본회의 표결까지 감안하면, 임명 시점은 4월말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골프 파문을 쾌도난마식으로 조기 매듭지을 수 있으나,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이 야당의 청문회 공세 등에 맞닥뜨려야할 상황이 정치적 부담이다.

◇검찰수사 관망·지방선거후 교체=노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검찰수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규명될 때까지 이총리의 거취 결정을 늦추는 시나리오다.

그간 ‘여론재판’식 인사를 거부한 노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감안한 그림이다. 다만 인사 매듭을 3~4주 이상 미루기 힘들고,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킬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게 큰 부담이다. 자칫 시점을 놓칠 경우 더 거세질 야권 공세는 물론 당·청 갈등이 불거질 위험요소도 짙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지방선거후 총리 교체’ 카드다. 이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후 지방선거후 교체 방침을 공언하거나, 사표수리후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총리권한대행으로 지방선거까지 가는 두 방식이다. 현재의 국정 틀을 유지하며, 지방선거후 전면 개각을 구상하는 스케줄을 짤 수 있어 보인다. 후임자 물색의 여유를 갖고, 지방선거전 인사청문회 부담을 덜 수 있는 현실적 해법도 된다. 다만 임시변통책이란 비판은 국정운영에 부담이고, 야권의 국정조사·해임건의안 공세로 장기간 정국주도권을 뺏길 수 있는 역풍도 결단을 망설이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총리 유임=안정적 국정운영을 강조, 정면돌파하는 경우다. 노대통령이 양극화 해소 등 미래 과제를 앞세워 탈당하거나, 여야 영수회담 등을 통해 ‘거국내각’ ‘개헌’을 제안하는 정계개편 그림도 예상해 볼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띄우면 여야의 극한 대치정국이 불가피하다. 자칫 ‘오기’로 비칠 수 있는 여론 악화나 당·청간에 고조될 갈등도 노대통령이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다. 현재의 여론 흐름과 달라 가능성은 낮게 보이나, 청와대가 ‘교체 사유는 아니다’라고 사실관계를 정리할 때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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