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파업에 묻힌 `3.1절 의미'

by 운영자 posted Mar 0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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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주년 3.1절을 맞은 1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월드컵 D-100일, 철도노조 파업으로 3.1절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됐다.

대학로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행인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며 3.1운동의 의미를 일깨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으나 시민들은 이날 오후 예정된 축구대표팀과 앙골라와의 축구 평가전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방송사들도 월드컵 D-100일을 맞아 낮 12시부터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쏟아내 3.1절보다 월드컵 열기를 재현하는 데 더 무게를 뒀다.

특히 오후 7시30분부터 축구경기가 열리는 서울 마포 상암경기장에는 오전부터 축구 서포터스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월드컵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여기에 전날부터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고 민주노총이 비정규직법안 국회 환노위통과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3.1절의 의미는 시민들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졌다.

시내 곳곳 아파트 단지에서도 태극기를 게양한 집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이날이 국경일인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였다.

부유층이 모여사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단지 1개 동에는 전체 80가구 중에서 태극기를 단 집은 10여가구도 되지 않았다.

한 주민은 "새마을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국경일이라고 해서 굳이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월드컵 때나 운동경기 때도 태극기를 많이 흔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3.1절이라고 해서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야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단지의 경우 10개동 가운데 한 동에는 고작 2가구에만 태극기가 게양됐는가 하면 미아동 아파트 단지 등 시내 다른 아파트 단지의 태극기 게양 실적도 매우 저조했다.

광진동 아파트단지에 사는 김명근(64)씨는 "손녀에게 태극기를 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손녀와 함께 태극기를 달았는데 대부분 집들이 태극기를 달지 않은 것을 보니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월드컵 열기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을 한차원 높게 승화시키는 지혜도 필요하다"며 "`3.1 정신'은 자유나 평등, 민족간의 호혜 등 높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단순히 공휴일 정도로 인식돼 아쉽다"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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