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블랙리스트' 인터넷 떠돈다

by 운영자 posted Mar 0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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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바람둥이, ‘양다리’로 인한 제2, 3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개인정보를 유포,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

인터넷을 통해 촘촘히 엮인 우리 사회에서 실연의 아픔은 더 이상 추억이 될 수 없는 걸까.

헤어진 옛 애인에 대한 안 좋은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 네티즌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옛 애인 정보’라고 올라온 내용들 상당수는 검증 불가능한 것들인 데다 특정인에 대한 음해를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도 예상된다.

1일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옛 애인 관련 고발카페는 ‘애인과거검색’(cafe.daum.net/ifyouknowhim)과 ‘남친과거검색카페’(〃/antiplayboy), ‘여친과거검색카페’(〃/antiplaygirl) 등 모두 3곳이다.

이 카페들은 최근 미국 일부 인터넷사이트들이 유부남과 바람둥이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모방해 지난달 20∼23일 일제히 만들어졌다.

개설 초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던 이 사이트들은 네티즌들의 입소문 탓인지 일주일 후 가입 회원 수가 2000∼6000명 급증했고 하루 가입자 수도 많게는 수백명을 넘나드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바람둥이, 바람순이와 사기꾼을 고발한다’는 명분에 네티즌들이 공감하면서 카페 회원들은 자신의 연애사와 옛 애인에 대한 각종 정보를 서슴없이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악질적인 연애꾼’들로부터 제2, 3의 피해를 막는다는 순수한 취지와는 상관없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옛 애인에 대한 감정적 비난과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옛 애인’을 빙자해 특정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해도 이를 걸러내는 장치가 없어 악의적 비난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애인과거검색 카페의 경우 옛 애인이 ‘홍길동’일 경우 ‘ㅎ(성의 초성)/길동/거주지/휴대전화 번호 뒤 6자리’ 형식으로 올리라는 운영자 지침에 따라 남성 25명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일부 등이 공개돼 있다. 이 카페 ‘이 남자를 조심하라’라는 게시판에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씨에 대해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여자들이여, 저런 인간 조심하시오”라며 “여자 피 빨아먹고 나중에 버리는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반대로 ‘이 여자를 조심하라’라는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사는 ‘△△’씨에 대해 “내 남친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며 “남친 있는 분들, 이런 여자 조심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저신뢰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강한 정보 욕구를 보인다”며 “이를 인터넷을 통해 보충하면서 낳은 씁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이은우 변호사는 “이름 등 몇몇 사실을 모아 대충 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인터넷에 게시해 타인에게 불명예를 안겨주는 것은 명예훼손 구성 요건에 해당된다”며 “네티즌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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