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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가명·11)이 어머니는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초등학생 성추행 살해 사건 보도를 보다 깜짝 놀랐다.

뉴스를 함께 보던 소정이가 갑자기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한참을 달래며 우는 이유를 묻자, 소정이는 “쟤도 정말 많이 아팠겠지?”라며 자신이 추행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3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소정이 어머니는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3년 동안이나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졌다.

소변에 피·등교 거부 등 아이 신호 못 알아채면 불안속 평생 깊은 상처

희진(가명·7)이는 유치원에서 성교육을 받다가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됐다. 갑자기 불안해하고 우울해진 희진이는 어머니한테 “엄마, 나 아기 못 낳으면 어떡해”라고 말했다.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가 희진이를 달래며 들어보니, 네살 때부터 1년반 가량이나 고등학생인 사촌오빠한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성폭력에 희생돼도 보호자인 부모와 가족들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해바라기아동센터의 임상심리 전문가인 김태경씨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절반 정도 된다”며 “피해 어린이들은 가해자한테서 ‘누구한테 말하면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당하고도 얘기를 못한다”고 말했다. 또 너무 어려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입을 열지 못하는 대신,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를 부모가 알아채지 못하는 게 문제다.  김현수  사는기쁨 신경정신과 원장은 “부모들은 아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도 방광염이라고 여기지, 성폭력을 당했을 것이라곤 잘 상상하지 못한다”며 “내 아이한테 나쁜 일이 생겼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은데다,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모를 상대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자신이 당한 일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부모한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받아야 마음의 상처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받고 법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도 부모의 인식은 중요하다.

부모 예방교육 절실..유치원·학교서도 실질적 프로그램 시급

그러나 부모 교육을 위한 제도적·사회적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 때 부모 교육을 함께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다. 부모용 교육자료도 “무조건 혼내지 말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줘라. 네 옆에는 항상 부모가 있다고 말해줘라”는 정도의 내용이 담겨있을 뿐, 학생용 자료와 거의 비슷하다.

법률상담소나 시민단체에서 가끔씩 열리는 교육 프로그램도 부모들의 인식 부족 탓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 어린이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를 부모가 미리 알고 있다면, 피해를 미리 막을 수도 있고 혹시 피해를 당했을 때도 빨리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아이가 갑자기 달라졌을 때, 이제껏 잘해오던 것을 거부할 때, 폭력성 및 우울증을 보일 때 혹시 이것이 성폭력 피해 증상이 아닌가 세심하게 눈여겨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들이 성폭력 가해자를 뿌리치도록 도와주는 예방교육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초등학교의 경우 교장 재량에 따라 한해 10시간의 예방교육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교육 내용에 일반적 성 지식과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등 여러 주제들이 뒤섞여 있는데다 상담 교사도 진학 문제·학교폭력·성폭력 등을 두루 맡는 탓에 교육 및 상담의 질과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아예 예방교육 시간이 규정돼 있지도 않다. 2001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 책자를 내보낸 게 전부다. 사실상 “알아서 하라”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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