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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 (30)가 지난 6일 미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인들은 가슴 벅찬 감동으로 그가 일궈낸 ‘성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어려운 형편에도 아 들을 묵묵히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나 혼혈 이라고 차별받고 무시당했던 지난날의 아픈 사연이 속속 공개되면 서 목이 메어 울먹거리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워드 성공기’를 누구보다 숨죽여 지켜본 이들 가운데 한사람이 가수 인순이(46·본명 김인순)씨다. 같은 혼혈인으로서 경험한 냉대와 멸 시 같은 대우도 그렇거니와 워드의 어머니처럼 12살짜리 딸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느끼는 혼혈 자식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속속들이 가슴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인순이씨는 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 시대에 혼 혈의 구분은 국적으로 선을 긋기보다 문화로 선을 긋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워드의 성공을 계기로 아직도 남아있는 혼혈에 대한 일말의 편견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인스 워드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슈퍼볼 대회에서 MVP를 수상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자기 팔에 한국어로 이름을 새긴 것을 보고 더욱 그렇게 느꼈다. 그는 반은 미국인이지만 반은 한국사 람이다. 그리고 엄마가 한국인이고, 엄마가 살았던 그 (한국) 문화권내에서 아들은 모든 걸 배웠다. 우리가 야단맞을 때 눈을 아래로 내리는 사소한 문화까지 습득했다고 본다. 따라서 혼혈은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예쁘게 자란 워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어머니에게도.”

―같은 혼혈인이라서 감회가 남다르지 않은가.

“나 역시 자기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강한 한국 엄마 밑에서 자랐다. 나와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생각 때문에 그의 성공이 더 값지게 보인다.”

―혼혈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방송 활동을 하는 동안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었나.

“처음 방송할 때 곱슬머리라는 이유로 출연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모자를 쓰거나 머플러로 묶는 식으로 나 스스로를 감춰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조숙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남들 이 나에게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했다. 그땐 우리도 외국사람 보면 신기했으니까…. 약간의 섭섭한 감은 있었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스스로 위로했다.”

―딸을 미국에서 출산한 이유도 혹시 그런 이유(불이익이나 멸시) 때문이었나.

“순전히 학교 문제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받은 상처가 커서 임신기간 내내 ‘혹시 나를 닮은 딸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하지’를 수없이 되뇌었다. 나를 닮은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놀림거리가 되거나 멸시 당할 걸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 다. 어차피 난 이민갈 생각이 없고 한국에서 뼈를 묻을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한국에서 마음 상하지 않고 자라길 바랐다. 딸을 한국에서 외국인학교에 보내면 상처를 덜 받지 않을 까 해서 미국에서 출산한 것이다.”

―그래도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할텐데.

“사실 그게 두렵다.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깜짝 놀랄까봐 걱정 이다. 그래서 아이한테 ‘네가 태어난 곳은 한국이고, 네 엄마도 한국인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고 자주 얘기한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알다시피 가슴 아프고 상처받고 힘들었던 세대들 아닌가. 혼혈 자식을 둔 어머니일수록 더 힘든 시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을 것이다. 워드 이야기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그의 어머니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갖 은 편견에 맞서 아이를 보호하고 당당하게 키우려는 노력들이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 모든 걸 당신이 짊어지고 갔다고 생각하 니 가슴에 뜨거운 게 솟구치는 것 같았다. 혼혈아의 어머니는 우리의 이모요, 누이요, 언니로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으므로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순이씨는 ‘샌디 김’ 등 혼혈 연예인 1세대에 이어 윤수일, 박일준씨와 함께 2세대 그룹을 형성했지만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일한 2세대 혼혈 가수다. 이후 소냐와 윤미래 등 흑인음악 계열의 가수들이 신세대 혼혈 연예인 그룹으로 등장했다. 국제화 시대에 혼혈 시비가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혼혈이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의 대상이다. 서구적인 외모로 혼혈 의혹(?)에 시달렸던 탤런트 이 유진은 활동하는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데뷔 초창기에 혼혈 사실을 숨기다 나중에 눈물을 흘리며 고백하기도 했다.

혼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최근  다니엘 헤니  등 이국적 용모와 세련된 매너를 지닌 연예인이 등장하면서부터. 인순이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많이 줄어들어 혼혈 연예인에 대한 호감도 상승 분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면서 “하지만 호감은 여전히 다니엘 헤니나 나같은 ‘연예인’에 국 한될 뿐”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혼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았는지.

“나는 연예계에 30년 가량 몸담으면서 대중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멸시 당했던 기억들은 많이 잊어버리 려고 했다. 하지만 오빠, 언니들을 보면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또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은 사실상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도 못 누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엄마는 그런 걸로 마음 아파하고….”

―혼혈인이라는 ‘정신적 속박’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다면.

“우리가 150% 노력을 해도 효과는 90%밖에 안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2등밖에 안된다고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다른 사 람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감이 늘 존재한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연습벌레처럼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잠재력 이 뛰어난 혼혈인이라도 환경의 제약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것(혼혈인) 때문에 이 악물고 더 악착같이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혼혈아동복지기관인 ‘  펄벅 재단’에서 1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내가 그 재단으로부터 학비를 받고 공부했다. 성공 하면 반드시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고작 공연 수익금을 나눠주거나 혼혈 아이들에게 상담해주는 정도인데, 중요한 건 혼혈 사회에서는 ‘돈’에 대한 보 상보다 ‘성공’모델이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 사람도나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성공했으니 꼭 저렇게 돼야지’하는 식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아이들) 앞에서 더 열심히 사는 모 습을 보여줘야하고,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

―앞으로 혼혈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길 기대하는가.

“요구사항은 없다. 워드 선수를 보면서 혼혈에 대한 편견을 깨 뜨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는 있겠다고 느끼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도 무방하다. 애써 그 선수를 ‘한국인’이라고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몸 속의 ‘반’이 움직이는 대 로 정체성은 드러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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