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세상 … '안타까운 死연'

by 인선호 posted Feb 0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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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옛말이 험난한 세상, 위험한 선택 앞에 맥을 못추고 있다.

경제적 무능력 때문에, 끈질긴 질병 때문에 무너져 내린 삶이 남긴 것은 '없는 설움'. 한 경찰서 관내에서는 하루 평균 두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자살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대전에서 상대적으로 사건발생 빈도가 높은 대전 동부경찰서의 경우 하루 한 명 꼴이던 변사자가 최근 2∼3년 내 두세 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세운 주범은 경제적 빈곤이 양산한 무능력과 병마. 경찰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사회적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모진 결단이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전시 소방본부 이동전화 위치추적 요청 현황을 들여다 보면 자살을 더 이상 개인 신상의 문제로 방치해선 안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지난달 12일 자살기도 신고를 급박한 위험상황에 포함한 이래 119 재난종합상황실에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을 찾아달라는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1월 한 달 동안 요청한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56건, 이중 무려 41%인 23건이 자살기도와 결부된 것이다.

상황실 판단하에 선별적으로 위치추적을 행했던 지난 해의 경우 전체 72건 중 24건이 자살을 막기 위한 SOS였던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불행의 수를 짐작할 수 있다.

2005년 통틀어 72건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위치추적 요청이 올 들어 한 달 만에 56건에 이른 것도 올초 부산에서 추적 신고에도 불구, 위치를 찾지 못해 아버지를 여윈 딸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파를 탄 뒤 자살기도 신고를 급박한 위험상황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자살기도가 올들어 갑자기 늘었다기 보다는 위치추적이 가능해짐에 따라 표면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가출 등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급박한 위험상황 시에만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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