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기인 두 얼굴 가진 `예술계 별` 지다

by 하나로 posted Jan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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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씨가 30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별세했다. 향년 74세.

백 씨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자택에서 부인 구보다 시게코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명을 달리했다. 백 씨의 장례식은 뉴욕 맨해튼의 한 장례식장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백 씨는 화가, 작곡가, 피아니스트,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쳤다.

백 씨만큼 천재와 기인이란 동전의 앞.뒷면을 극명하게 보여준 예술가도 드물다. 백 씨는 한국인에게 TV가 낯익기도 전인 1960년대에 `바보 상자` TV를 매개로 전위적 작품 활동을 벌이며 비디오 아트의 존재를 세계 예술계에 알렸다. 1963년 독일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1969년에는 미국에서 샬롯데 무어맨과 공연을 하면서 비디오 아트를 예술 장르로 편입시킨 선구자라는 평을 들었다.

1960년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을 발표할 당시 그는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가 넥타이를 자르는 등 관객에 대한 행위를 무대 밖으로까지 넓히는, 당시로선 파격적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기인의 모습이었다면 1984년 파리와 뉴욕을 통신위성으로 연결하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하고 진행한 다음부터는 당당히 `천재 예술가`로 통했다.

백 씨는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의 왼쪽 신경이 마비됐음에도 불구, 왕성한 활동을 계속했다. 1996년 제5회 호암상 예술 부문상을 수상하고 독일 <포쿠스>지의 `올해의 100대 예술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1997년에는 독일 경제 월간지 <카피탈>이 선정한 `세계의 작가 100인` 가운데 8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총 289억 원을 들여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도유지 1만 평에 내년 10월까지 백남준 미술관을 건립할 예정인 경기도는 30일 백남준 씨 타계와 관련, "용인시 기흥읍에 건립키로 한 백남준 미술관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예술은 반이 사기" 백남준 충격 어록

▲"넥타이는 맬 뿐만 아니라 자를 수도 있으며, 피아노는 연주뿐만 아니라 두들겨 부술 수도 있다."=1962년 플럭서스 그룹을 창시한 요제프 보이스를 만난 뒤 관객의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를 때려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면서.

▲"왜 섹스는 미술과 문학의 지배적 테마이면서 오직 음악에서만 금지되어 있는가."=1967년 샬롯 무어맨과 섹스를 음악으로 표현한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를 공연하면서.

▲"원래 예술이란 게 반이 사기다. 속이고 속는 거다.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1984년 TV 방영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만들어 성공한 뒤 귀국 인터뷰에서.

▲"한국에 비빔밥 정신이 있는 한 멀티미디어 시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1994년 미술 비평가 김홍희 씨와 가진 대담에서.

▲"나는 한국인의 가능성과 생명력을 남대문.동대문시장에서 찾는다. 세계 경제의 경쟁력은 유통과 자유 시장 기능인데 남대문.동대문시장은 이 문제를 100년 전에 이미 해결해 놓았다."=1999년 4월 한국의 모 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며 한국에 묻히고 싶다."=2004년 10월 뉴욕 맨해튼의 백남준스튜디오에서 신작 발표를 겸한 기자회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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