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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시어머니 사랑마저 독차지한 맏며느리가 있다.

“우리 어머니 웃는 모습은 예술이에요.”

전북 전주가 고향인 오명순(41)씨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전형적인 `도시 처녀`였다. 연애로 만난 남편과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에 결혼하고 첫딸을 낳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이었다.

시아버지가 간염으로 기력이 점차 쇠약해졌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천성이 바지런한 시어머니가 시아버지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 병에 좋다는 한약재가 있으면 전국 어디고 마다않고 구해다 아침저녁으로 탕약를 끓였고, 행여 자식들이 걱정할까 명절이 아니면 절대 내려오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런 시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건 명순씨가 딸을 낳고 첫돌이 되기  전이다 .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아버지 이환근(71)씨는 휴직을 했다. 자신이 아팠을 때 정성껏 간호해준 아내를 위해 나설 차례였다. 하루 종일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의 대소변은 물론이고 행여 자식들에게 못 볼 꼴 보일까, 냄새라도 날까 싶어 하루에 한 번씩 목욕을 시켰다. 무리한 탓에 그는 간염이 재발 간경화로 진행되어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맏며느리 오명순씨는 시부모의 간병을 위해 시골로 이사를 결심했다. 직장 때문에 당장 내려올 수 없는 남편 이병호(45)씨를 혼자 남겨두고 말이다.

“당연한 도리지요. 남편이 장남이기에 당연히 제가 병간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엔 쉽지 않더라고요. 어머님은 거동을 못 해 하루 종일 방에 누워계시고, 아버님은 누가 부축하거나 인도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여서 할 일은 많고 몸은 하나고, 또 애도 칭얼대지, 정신없었지요.”

원래 성품이 깔끔한 시어머니는 당신의 처지가 스스로 용납되지 않는지 실의에 빠진 채 평생 보이지 않던 눈물을 흘리며 가끔씩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곤 했다. 명순씨는 병원으로, 한의원으로 용하다는 온갖 사람을 찾아가고 데려왔지만 차도는 없었다.

이틀이 멀다 하고 담요를 빨아야 했다. 시어머니는 미안해하며 식사도 줄이고 물도 조금밖에 들지 않았다. “빨래 걱정은 하지 말고 많이 드셔야 쾌유한다”고 말해도 올곧은 성격의 시어머니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진 지 일 년이 흐른 어느 날 밤, 명순씨는 시골집을 찾은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울었다. 남편은 목석처럼 서서 아내의 등 언저리만 쓸어내렸다.

“여보, 내가 내려올게. 힘내요.”

명순씨가 시골생활과 시어머니 병간호에 매달린 지 올해로 16년째. 하늘이 도우셨는지 시아버지는 다행히 완쾌한 뒤, 교직으로 복귀해 정년퇴직을 할 수 있었다. 이젠 논농사며 하우스 농사를 지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대소변은 물론이고 죽조차 넘기기 힘들었던 시어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다.

자식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고 늙은 부모만 농촌에 남은 현실 탓에 3대가 함께 생활하는 명순씨의 가족은 태안군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손자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아버지부터 찾는다. 시아버지는 농사꾼이 다 됐지만 교직생활을 한 이력으로 손자들의 숙제 봐주기는 ‘할아버지의 전매특허’다.

“아버님은 아이들과 대화도 잘 하세요. 어떤 때는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친구처럼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서 귀찮게 굽니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으세요. 특히 어머님은 제가 모시는 게 아니고 아버님이 전부 수발을 들고 계셔서 제가 하는 일이 없을 정도예요.”

말을 그렇게 해도 명순씨는 시어머니의 병구완으로 인해 친정에 가는 건 고사하고, 15년 동안 여름휴가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러니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이 각별하다.

“야가 아니면 내나 할망구나 이렇게 살아있지도 못혀.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지. 그리고 우리 며느리가 동서들을 잘 챙겨서 사이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모두가 부러워하지.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원북면 ‘스마일 또순이’로 통하는 오명순씨. 어느새 시골아낙이 되버린 그녀는 시부모 사랑에 언제나 스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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