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이른바 기러기아빠들이 증가하자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나날이 늘고 있다. 이는 기러기아빠 대부분이 직장 내에서 상급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의 외로움까지 달래주며 직장생활을 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 때문에 회사 다니기가 ‘고욕’이라는 직장인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4년 3월부터 2005년 2월 말까지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한 초ㆍ중ㆍ고교생 수는 1만6400여명이다. 이는 98년의 1500여명에 비해 6년 새 10배 이상 늘었을 만큼 기러기아빠는 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기러기아빠의 증가는 결국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시되는 국내 직장 풍토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모 기업체 홍보팀에 근무하는 박모(30) 씨는 기러기아빠로 지내는 부장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부장은 퇴근시간만 다가오면 박씨에게 ‘저녁이나 같이 먹자’ ‘딱 한잔만 하고 집에 가자’며 뿌리칠 수 없는 요구를 일삼기 때문이다. 박씨는 “처음에는 부장이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부장이 심심해서 나를 붙잡는 ‘의도’임을 알아채고는 솔직히 퇴근시간이 두렵다”고 털어놨다.
한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한모(38) 과장도 주5일근무제 이후 주말이 오는 게 달갑지 않다. 자녀와 부인까지 캐나다로 보낸 부장(48)이 목요일쯤이면 ‘집에서 놀면 뭐 하느냐. 이번주에 등산이나 낚시하러 가자’며 한 과장을 채근하기 시작한다. 한 과장은 “업무 스트레스는 둘째치고 같이 놀아주기가 너무 힘들다”며 “솔직히 부서를 옮겼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가족들을 해외로 보낸 기러기아빠들 대부분은 외로움을 호소하다 못해 부하직원들을 붙잡고 ‘근무의 연장’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가뜩이나 상사와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최근에는 급증하는 기러기아빠들 때문에 2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인 사이에서는 기러기아빠 ‘경계령’이 내려지고 있다. 퇴근시간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특징이다. 기러기 상사 대부분이 심각한 ‘워크홀릭(일벌레)’ 증세를 보이며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3) 씨는 “직장생활을 인간관계로 한다지만 인사권을 가진 기러기 상사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개인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며 “오죽 외롭고 쓸쓸하면 부하직원들까지 붙잡고 시간을 때우겠느냐”고 안쓰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