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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인 지수(18,가명)는 안면기형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눈이 튀어나왔고, 코가 주저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돌아서서는 한 번씩 흘겨보고, 꼬마들은 “누나, 얼굴이 이상해요”라며 멀뚱히 쳐다본다. 지수의 얼굴을 보고 놀라 뒷걸음질 치거나 그 자리에서 우는 아이들도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잘 뛰놀던 지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집에 와서 엄마에게 건넨 첫 말은 “엄마, 학교 안가면 안 돼”였다. 반 아이들은 지수를 보고 ‘외계인 ET’라며 놀려댔다. 얼굴뼈의 발육이 늦춰지면서 지수의 얼굴은 점점 기형적으로 변했다. 아래 위 턱이 어긋나 치아가 뒤틀리기 시작했고, 튀어나온 눈이 가뜩이나 더 커보였다.

“지수야, 팔 하나 눈 하나 없는 아이들은 고치고 싶어도 못 고치잖아. 고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살자….”

엄마 양희정(49,가명)씨는 아침마다 학교 가는 걸 내빼는 지수를 달랬지만 신학기가 되면 매번 가슴을 조려야 했다. 12년 동안 학교에서 받은 아이의 상처보다 큰 응어리가 엄마의 가슴에 맺혔다.

지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걸 자연스레 꺼리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외출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고개를 숙인 채 말을 건네는 건 지수의 오랜 버릇이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한 지수는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연습장을 꺼내 그림을 그린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순정만화에 나오는 예쁜 주인공을 그리다보면 지수도 어느새 만화 속 주인공이 된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벗어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작은 일을 해도 큰일을 한 것처럼 칭찬을 해주셨고 저에게 틈틈이 미술도 가르쳐주셨어요.”

지수는 그림을 그리다가 책상 위에서 잠든 적이 있을 만큼 그림에 푹 빠졌다. 미술학원 문턱에도 가본 적 없지만 초등학교 때는 도 대회에 나가 특선에 올랐다. 중학교 때는 만화동아리에서 펴낸 책자에 자신의 만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책 속에 파묻혀 있으니 지수의 눈은 항상 빨갛게 핏발이 서있다. 갈수록 시력도 낮아져 안경알이 두꺼워진다. 지수가 다른 사람보다 쉽게 눈이 피로한 이유는 따로 있다. 지수는 눈을 감아본 적이 없다. 아니, 감을 수가 없다. 안구가 튀어나와 눈꺼풀이 자연스럽게 감기질 않는다.

지수는 여섯 살 때 1차 안면기형 수술을 받은 뒤, 12년 동안 1년 365일 1회용 밴드를 눈에 붙이고 잠을 잤다. 눈꺼풀 위에 밴드를 붙여 안구를 덮지 않으면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한다. 1회용 밴드라면 ‘지긋지긋’한 지수는 수학여행을 가서도 일부러 잠을 자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눈에 밴드를 붙이고 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수술비 없어 치료 못해 마음에 상처 남아

지수 아빠 최진철(50,가명)씨는 뼈가 으스러지는 유사 ‘골괴사증’에 시달리고 있다. 8년전 엉덩이에서 무릎까지 뼈를 드러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신경에 무리가 와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는 일이 빈번하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일일 공사판에 나가곤 했던 최씨는 5년 전부터는 일손을 놓고 지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지만 그 몸으로 몸져누운 지수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시골에 내려갔다.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온 양희정씨는 도둑질만 빼고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다부지게 살았다. 그녀는 오른쪽 팔에 뼈주사를 맞으면서 식당일을 나갔고, 한 겨울 버선을 껴 신고는 학교 앞에서 호떡이며 핫도그를 팔았다.

없는 살림에 쌀이 떨어져도 “라면 맛있겠다. 오늘은 국수랑 함께 넣어서 비벼먹어 보자”며 어머니의 지혜로 아이들을 키웠다. 양씨는 2년 전부터 화장품 방문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발목이 아파 하루 4~5시간 밖에 돌아다니질 못한다. 신장이 안 좋아 몸이 자주 붓고 입술이 말라 오후가 되면 립스틱이 거의 동나곤 한다.

지수는 지금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마 위에서 귀 뒤쪽까지 얼굴 표피를 벗겨내고, 안면 골격을 앞으로 끄집어내는 12시간이 넘는 대수술이다. 얼굴 성장이 멈추는 시기인 17~18세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한 번에 수술비가 수천만 원이다. 집안 형편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지수는 수술을 받고 싶어도 담아두고 있을 수밖에 없다.

법학과에 진학할 예정인 지수는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권 변호사’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자신을 포장하진 않았다.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서…”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주었을 뿐이다. 18년 동안 죄인처럼 살아온 지수에겐 어쩌면 그 대답이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나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는 아이의 말처럼, 지수가 견뎌 낸 ‘슬픔의 시간’이 더욱 단단한 삶의 뿌리로 성장하는 날, 소녀의 머리 위로 사라진 파랑새가 날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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