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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는데 그래도 아직은 힘들어하세요. 면역억제제를 평생 드셔야 한대요.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 병원을 갈 때보다 훨씬 자유로워지신 것 같아서 좋아요.”

충북 진천군 광혜원고등학교 3학년인 현수(19)는 어머니가 3년 전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병을 시작하자 지난해 7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자신의 신장을 떼어내 어머니에게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그건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현수는 제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혈액 투석하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이나 의사들한테 치료방법이 없는지 알아봤나 봐요. 그때가 고 1이었는데, 신장이식을 하자고 먼저 말하더라고요.”

너무 어려 신장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현수는 그럼 신장이식이 가능한지 검사라도 해달라고 사정했다. 수술이 가능하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조직검사에서 수술가능 판정이 내려졌고 현수는 1년을 기다린 끝에 어머니에게 자신의 신장 일부를 떼어줄 수 있었다.

문제는 수술비였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현수 아버지 강정렬(51)씨는 IMF를 겪으면서 부도를 내고 일일 건설노동자로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전업주부였던 어머니는 생계를 잇기 위해 학교 앞에 분식점을 열었다. 아파트 전세금을 월세로 돌리고 이리저리 돈을 끌어 모아 시작한 일이었다.

어머니 윤정희(45)씨가 몇 년 동안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본 현수는 어느 날부터인지 새벽운동을 나가기 시작했다. 신문배달을 위해서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어머니의 가게 일을 돕고, 저녁 늦게는 전단지를 돌렸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현수가 야간자율학습을 빠진다는 거예요. 가게 일은 바쁜 저녁시간에만 도와주는데 왜 야간학습을 빠지는지 모르겠다며 알아보겠다고 했지요. 현수에게 물으니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기에 아무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했죠.”

이때 현수의 대답이 명쾌했다. “괜찮아요, 성적표 보면 알잖아요”라며 “수업시간에 열중하고 3학년 되면 아르바이트 그만두고 열심히 하겠다”고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현수는 상위 5% 이내를 유지하면서 학급실장까지 맡아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통했다. 그런 현수이기에 어머니는 아이의 말을 믿었다. 생활이 빠듯해 말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어머니는 어느 날부터 심한 피로감에 소변량이 줄어들더니, 급기야 호흡을 할 수 없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진 것이다. 병원비 걱정에 차일피일 미루다 받은 검사에서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수네는 가게도 정리하고 그나마 유지하던 월세 아파트도 정리했다.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혈액투석. 거기에 비례해서 현수와 현수 누나 은정(20)이의 아르바이트 시간은 늘어났다. 아이들은 중국집 배달, 전봇대 전단지 붙이기, 새벽에 신문배달, 편의점 카운터, 음식점 서빙에 이르기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씻지도 못하고 그냥 쓰러져서 잡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제 마음은 어떻겠어요. 그냥… 그냥 눈물만 나죠. 그냥 자면 안 되니까 억지로라도 밥 먹이고 씻겨서 재워요. 그게 제 일이었어요.”

이때까지도 현수의 이런 생활을 주변 사람들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큼 현수는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교내 과학의 날 행사에서는 물로켓 발사 실험으로 장려상을 받고, 자원봉사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친구들의 학급청소도 돕지만 야간자율학습만 빠져, 모두들 그런 모양이다 했을 뿐이다.

현수의 사정이 알려진 건 어머니를 위해 신장이식수술을 해야 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난처해진 현수가 이 사실을 담임인 김명구 교사와 상담을 하다가 털어 놓았던 것. 김 교사는 현수의 안타까운 사정을 학교 측에 알렸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뒤이어 군내의 전 학교에서 모금운동이 전개되어 각 학교의 자모회, 운영위원들이 동참하고, 군수와 교육감 등 주변 인사들이 도움을 자처했다.

“저는 그냥 어머니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나 주위 분들이 그렇게까지 도와주실 줄 몰랐어요. 정말 감사하죠.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들의 도움으로 현수와 어머니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방을 얻어 수술을 하고 3개월간 통원치료를 한 결과,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또 수술 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수는 진천군 장한 청소년상, KBS청주방송국 효행상, 국회 스카우트의원연맹 자랑스런 청소년상 등을 수상했다.

“어머니만 건강할 수 있다면 제 몸의 어디라도 떼어낼 수 있어요. 자식이라면 누구든지 그랬을 텐데… 그런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제가 튀는 것 같아서 쑥스러워요.”

고3 수험생인 현수는 잠시 대학 진학을 보류했다. 다행히 기초수급자로 선정되어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렇다고 형편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의 배려로 인근 회사에서 현장실습 교육을 받는 현수는 호텔관광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멋진 호텔리어로 변신한 현수를 만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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