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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외국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힘겹게 돈을 부쳐 주던 ‘기러기 아빠’가 숨진 지 6일 만에 발견됐다.

17일 오전 9시 50분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 모 빌라 현관에서 Y건축사무소 소장 구모(53) 씨가 고혈압으로 코피를 흥건히 흘린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회사 동료 김모(51) 씨가 발견했다.

김 씨는 “구 씨가 11일 이후 출근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 집에 찾아가 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11일 이후 구 씨를 보지 못했다는 빌라 주민들의 말로 미뤄 구 씨가 이날 귀가하자마자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구 씨는 부인과 자녀 2명을 모두 미국으로 보내고 혼자 생활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근 식당에서 산 막걸리로 저녁을 때우기 일쑤였고 하루에 담배 2갑을 태울 정도로 흡연량이 늘었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했다. 그의 집에는 인근 식당 상호가 적힌 그릇들과 맥주병 등이 흩어져 있었다.

한 달에 월급 100여만 원을 받는 구 씨는 월세 40만 원의 10여 평 남짓한 집에 살면서 간간이 참여하는 건축설계 프로젝트에서 번 목돈을 더해 1년에 2500여만 원씩 꼬박꼬박 가족에게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도 미국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며 자녀들을 뒷바라지했다. 하지만 구 씨는 최근 들어 가족과 전화 통화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의 친구 김모(53) 씨는 “구 씨가 미국 동부지역 경영대학에 다닌다는 딸 자랑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19일 새벽 귀국해 장례식장을 찾은 부인과 딸(21) 아들(18) 남동생 등 가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구 씨는 이날 경기 고양시 서울장묘문화센터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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