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뒤집어놓은 女風

by 이미지 posted Oct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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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입수한 올해 1학기 서울대 경영대학 재학생들의 성적 분포도. 남학생은 1858명의 33.4%(621명)가 A학점을 받은 데 반해, 여학생은 762명 중 절반에 가까운 45%(343명)가 A학점을 받았다.

서울대 법대의 이번 가을학기 성적우수 장학생은 13명이다. 이 중 여학생이 8명이다. 학부 성적이 당락의 주요 변수인 법대 대학원 특차 입학에서도 여학생은 입학생 35명 중 20명을 차지했다. 지난 2월 열린 서울대 졸업식장. 단상에서 각 단과대 수석졸업자들을 호명했다. 16개 단과대 중 법대, 의대, 경영대 등 12개 단과대의 수석졸업은 여학생에게 돌아갔다.

서울대 이성우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평균적으로 여학생들이 남학생에 비해 2등급 정도 높다. 남학생 평균 성적이 B라면 여학생 평균 성적은 A- 정도로 보면 된다”며 “단순히 학점뿐 아니라 프로젝트, 토론, 발표, 과제 준비 등 모든 과정에서 여학생들이 훨씬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대 수석 졸업자 김지선(여·24)씨는 “수강신청을 할 때부터 꼼꼼히 따져 강좌를 선택했다”며 “강의 전에는 관련 자료를 예습했고, 수업 시간엔 교수가 강조하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녀는 현재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연세대 경영대학 총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49.8%이다. 1990년 3.5%에서 무려 14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법대는 7.4%에서 41%로, 사회과학대학은 15.3%에서 49.2%로, 의과대학도 18.5%에서 36.4%로 여학생 비율이 증가했다. 심지어 공과대학까지 여학생 비율이 6.1%에서 17%로 뛰었다. 오경자 연세대 학생처장은 “여학생들은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교환학생 합격자, 우수졸업자 등을 모두 여학생들이 휩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이 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265명 중 여학생은 186명으로 70%를 차지했었다.

여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서도 남학생들을 리드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중앙대 태권도 동아리는 올해 15년 만에 최초로 여성회장을 배출했다. 군대식 위계질서가 강했던 과거 이 동아리의 분위기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한다. 회장 노정인(21)씨는 “이제는 동아리 회장에게도 구성원들을 인간적으로 배려하고 챙겨주는 세심함이 요구되는 때”라고 했다. 중앙대 동아리 연합회의 회장과 부회장도 모두 여학생이다. 동아리 연합회에 소속된 동아리 54개 중 14개 동아리의 회장이 여학생이다.

학교 밖에선 어떨까. 여풍(女風)이 가장 뚜렷한 분야는 국가고시다. 올해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3372명 중 여성은 1074명으로 31.8%였다. 여성이 30%를 넘은 것은 의사국가시험제 도입 이후 최초이다. 의사면허 합격률도 여성이 98.5%로 남성(92%)을 앞질렀다. 또 올해 외무고등고시에선 여성합격자 수가 52.6%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석과 최연소 합격도 모두 여성이 휩쓸었다. 사법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도 1995년 8.77%에서 2004년 24.38%로 10년 새 3배나 늘었다. 지난해에는 사법·외무·행정·기술 고시뿐 아니라 변리사·공인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 등 주요 국가자격시험 8개 수석을 여성이 모두 휩쓸었다. 공인회계사 수석을 차지한 배상인(여·24)씨는 “국가고시 합격은 성차별 없이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마라톤과 등산으로 체력을 단련하며 독하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여학생들의 높아진 경쟁력을 반기는 추세다. 올 상반기 두산그룹 대졸신입사원 109명 중 여성은 20.2%. 지난해 10.6%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특별히 여성채용 비율을 높인 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비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SK의 경우, 1995년 8%에 불과했던 여성 신입사원 비율이 지난해 23%까지 올라갔다. 취업정보사이트 잡링크 관계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이 성적이나 인터뷰 등 많은 분야에서 남성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여성 채용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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