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반도체' 한국이 1막 열었다

by 이미지 posted Sep 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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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체에 전류 흐르는 전이현상 세계 첫 규명◆

"한국에서도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뛰어난 후보자 1명을 확보하게 됐다." 일본의 유명 물리학자인 아스모토 다나카 쓰쿠바 첨단과학기술연구소(AIST) 박사가 '금속-절연체 전이(MIT)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한 소식을 들은 뒤 내린 평가다.

노벨상 수상자인 모트 교수가 이 가설을 예언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을 56년 만에 해결한 셈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반기술연구소가 규명한 이 가설은 한마디로 전기가 흐르지 않는 물질로만 여겨졌던 산화물과 같은 절연체도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전자, 전기 분야에 이 가설을 응용하면 반도체를 능가하는 산업체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ETRI는 장담하고 있다.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트랜지스터가 개발돼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전자태그(RFID), 온도센서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최소한 100조원의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게 ETRI 전망이다.

◆ 반도체에 비해 장점 많아=모트 절연체는 금속의 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전자간에 미는 힘이 너무 강해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 있는 물질이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바나듐옥사이드(VO2)를 비롯한 모트 절연체는 100여 종류가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비교적 쉽게 자연에서 추출할 수 있는 산화물이다. 산화물은 산이나 강 등 자연에서 구할 수 있으며 실험용 시약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원료가 모레에서 추출하는 실리콘에 한정돼 있는 것에 비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트 절연체가 금속으로 바뀌는 원리는 간단하다. 일정 수준의 전압을 가하면 모트 절연체 내부에 있던 정공(Hole, 양전하ㆍ양전자)이 많아지면서 전자간 미는 힘을 순식간에 파괴하면서 많은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를 '점프현상'이라고하며 전류가 흐르는 모트 절연체는 금속과 유사한 속성을 지닌다.

현재 첨단 전자소자로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는 불순물을 첨가해 미세한 전류를흐르게 하는 반면 모트 절연체는 많은 양의 전류를 발생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반도체 보다 작은 크기의 모트 절연체로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어 전자ㆍ전기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ETRI측은 설명한다.

임주환 ETRI 원장은 "이번 성과는 물리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능 소자개발과 응응 분야를 개척해 우리나라의 신성장 산업분야를 탄생시킬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응용 제품을 잇따라 발표해 모트 절연체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학계ㆍ산업계 평가 엇갈려=국내외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노벨물리학상 후보를 탄생시켰다는 관측을 내놓는 등 업적을 인정하고 있다. 응용물리학 분야 세계적인 권위지 'Applied Physics Letter'는 올 6월 이번 이론과 실험을 게재하면서 고체물리학 분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용태 박사는 "이번에 사용된 바나듐옥사이드는 고속 저항 소자로 반도체보다 더 작으면서도 전기는 금속처럼 잘 흐르는 소자를 만들 수 있어 극소형 소자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김기석 박사는 "외부 전압에 의해 전류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거나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들이 모인 것이 반도체 소자"라며 "이번 연구결과에서 바나듐옥사이드라는 물질이 작은 외부 전압 변화에도 금속-절연체간 전이가 고속으로 이뤄져 반도체 소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크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반도체 소자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이미 다른 논문에서 보고된 것이며 반도체를 대체할 만큼 획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물리학계의 거두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임지순 서울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학문적인 업적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원리를 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부도체를 도체로 바꾸는 현상은 전에도 보고된 이론이고 이번 연구는 바나듐옥사이드라는 물질에서 금속-절연체 전이 현상이 있고 더욱 확실하게 나타났다는 것을 규명한 점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학문적인 연구결과이지 이를 응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이를 이용해 나노 소자로 활용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영환 박사는 "바나듐옥사이드가 실리콘을 대체하기는 이르다"며 "이번 결과에서 20볼트 정도의 전압에 의해 전이가 이뤄지는데이를 5볼트로 낮출 수 있다면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 연구개발사업단장도 "학문적으로는 의미가 있고 나노 소자로 응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하지만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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