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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투기에 갈라진 ''금어리 농심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금어리. 개발 광풍(狂風)이 거센 용인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골 분위기가 물씬한 곳이다. 시가지에서 자동차로 20여분 떨어져 있으며 마을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평화로운 정경과 달리 이 마을에는 10년 전부터 ‘숨겨진 사연’이 있다.

3일 오전 마을의 한 가정집에 주민 4명이 모였다. 다른 주민들의 눈을 피해 몰래 모인 이들은 스스로를 ‘금따 클럽’이라 불렀다. ‘금어리에서 왕따당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주민 민모(44)씨가 신세 타령을 늘어 놓았다. “그때 벌어졌던 데모 한 판에 기천만원짜리인 줄 누가 알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 관두고 데모나 나갈걸. 데모 안 나왔다고 돈을 안 준다는데 할 말이 없죠.”


2001년 8월, 금어리의 최대 이슈는 쓰레기소각장 증설이었다. 1995년 지어진 소각장을 더 넓히려 하자 80여가구의 주민들은 너나없이 ‘소각장 설치 반대 데모’에 나섰다. 하지만 7가구 주민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가는 컸다. 용인시가 소각장 증설 대가로 마을에 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소각장 반대시위 159억 받아내

이장주도…''텃밭'' 용인일대 사

용인시가 1995년 처음 쓰레기 소각장을 지으며 포곡면 일대 금어1·2리, 상계리 등 16개 마을에 지급한 돈은 159억원. ‘혐오시설 설치에 따른 주민숙원사업비’였다. 생각못한 ‘돈벼락’을 맞자 금어리 주민들은 각 마을 이장 주도로 ‘영농조합’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제목은 영농이었지만 마을 이장들은 용인일대 ‘땅사재기’에 뛰어들었다. 안모(41)씨는 “자고나면 오르는 게 용인 땅값이니까 이장이 머리를 잘 쓴 것”이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야 마을 반상회 나가서 도장만 찍으면 몇천만원씩 굴러들어오니까 이장을 왕처럼 모신다”고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사놓은 땅값이 2003년 껑충 뛰어 조합원들에게 각각 4000여만원씩이 배분됐다. 주민들은 터지는 돈방석에서 이 보조금이 현행법상 공동영농자금, 영농기계 구입, 주민복지시설 건립 등에만 사용하도록 돼있으며 땅투기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2001년 소각장 증설 때도 사정은 1995년과 똑같았다. 주민 시위에 이어 용인시가 이번에도 마을마다 보조금 20억원씩을 지급했다. 금어 2리 영농조합은 또 이동면, 양지면, 마평동 등지의 땅 5275평을 16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나머지 돈은 마을회관 건립에 사용했다. 시에는 마을 ‘공동영농 사업용’이라고 신고했다. 주민 김모(55)씨는 “이 땅값이 최소 4배는 올랐으니까 땅을 팔면 가구당 7000만~8000만원씩은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소각장 증설 반대시위 불참자는 한푼도 받을 수 없었다. 영농조합 정관에 데모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회원이 될 수 없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금어 2리 발전회 영농조합법인’ 정관에는 회원자격을 ‘2001년 12월 31일 이전에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한 자로서 소각장 증설 반대 운동에 참석한 자’로 규정해 놓았다.


‘돈벼락’을 맞게 된 주민들과 그렇지 못한 주민들 간 엄청난 반목이 쌓이게 됐음은 물론이다. 김씨는 “보조금을 왜 나누지 않느냐고 물어 봤다가 이장으로부터 ‘자꾸 건방지게 나오면 이 동네 살기 힘들다. 따돌림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처신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황당한 땅 투기 사건으로 주민갈등이 심해지자 용인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바로 옆 동네인 금어 1리 전 이장 김모(52)씨와 법인 이사 등 18명이 입건됐다. 수사결과, 이장과 법인 이사들이 주민들 몰래 돈을 빼돌린 사실까지 들통났다. 평당 35만원인 땅을 부동산중개업자와 짜고 38만원에 샀다고 주민들을 속인 것.


시위불참 가구엔 돈안줘 ''반목''

"보조금 불법사용" 경찰 수사

경찰은 “금어 1리뿐만 아니라 금어 2리의 상황도 비슷하다”면서 “이 동네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이장과 법인 이사 등이 주도해 땅투기를 벌인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조금이 지급된 포곡면 전 지역으로 확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갑자기 큰 돈이 생기자 마을 전·현직 이장들이 평생 농사만 짓고 살던 주민들을 선동해 땅투기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으로 땅투기를 한 것도 불법이고, 데모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돈을 주지 않는 것도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이런 불법행위가 횡행해도 용인시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주민들이 시청에 문의했지만 “보조금은 합법적으로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돈을 나눠갖는 것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경찰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용인시 담당 공무원들도 수사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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