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돈''으로도 못산 꼬마빌딩

by 윤정은 posted Aug 03,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서초동 삼성타운 부지 가르고 선 6층건물 중간에 사람 넣어 매입 시도했으나 불발  땅주인 "팔 생각 없다"… 자녀들에 증여

삼성그룹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대대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초고층 삼성타운의 한가운데에 6층짜리 자그마한 빌딩이 “절대 삼성에 자리를 내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초동 삼성 타운은 오는 2008년 완공되며, 이곳에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 등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이 입주할 초고층 빌딩 3개동(棟)이 들어설 예정이다. 문제는 3개동 가운데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 조그만 빌딩(윤빌딩)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5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빌딩은 대지면적이 111평으로, 삼성타운 부지(7500여평)의 67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위치가 절묘하다. 삼성타운 부지를 가르고 선 위치〈지도〉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눈엣 가시’ 같은 존재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삼성에서 이 빌딩만 사들였다면 삼성타운 부지가 훨씬 반듯하게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 삼성은 삼성타운 구상단계이던 1990년대 그 땅을 사들이려고 애를 썼으나, 거래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1998년까지 매입을 추진했지만, 가격이 비싸 매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땅 주인 윤모(82)씨는 “삼성이 직접 나서지 않고 중간에 사람을 놓아 거래 의사를 건넸는데, 그것만 믿고 땅을 팔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전직 법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윤씨가 소위 ‘알박기’ 한 것은 아니다. 알박기란 개발예정지 땅 중 아주 일부분을 사들인 다음, 이를 팔지 않겠다고 버틴 다음, 나중에 비싼 값으로 되파는 것을 말한다. 윤씨의 경우 삼성타운이 구상되기 전인 1971년에 이 땅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윤씨는 이 땅과 건물의 지분을 잘게 쪼개 자녀들에게 증여한 상태여서 삼성이 앞으로 땅을 사기도 더 어려워졌다. 윤씨는 “앞으로도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윤빌딩은 인근 빌딩의 거래가 없어 시가를 추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 건축 심의를 통과한 삼성타운은 43층, 34층, 32층짜리 건물 3개동으로 구성된다. 건물 연면적은 11만7000여평으로 서울역 앞 대우빌딩(연면적 4만평)의 약 3배 규모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