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 승객들 천장에 튕겨 곤두박질

by 윤정은 posted Jul 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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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발 대한항공에 탑승했다 난기류로 부상당한 승객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발리發 대한항공 "벨트 매세요" 방송중 아수라장
이마 찢어지고 목 통증… 배식때였으면 큰일날 뻔

14일 오전 4시 14분. 대한항공 KE630편에 탑승한 승객 257명은 비행기가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 공항을 이륙하자 의자에 몸을 푹 묻었다. 하지만 이륙한 지 30분 가량 지난 4시45분, 휴가의 달콤한 여운을 느끼던 승객들은 순식간에 ‘지옥’을 맛보게 됐다. 갑자기 ‘청천난류’가 비행기를 휘감으면서 3만8000피트(1만1582m) 상공을 날고 있던 비행기가 심한 요동과 함께 순식간에 100여m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난기류가 예상되니 안전벨트를…”이라는 승무원의 한국어 안내방송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기내는 곧바로 아수라장이 됐다. 통로를 걷던 승객과 미처 안전벨트를 매지 못한 승객들은 비행기 위쪽 선반까지 붕 튕겨져 올라갔다. 이로 인해 일부 승객은 이마가 찢어져 피를 흘렸고 안경이 깨졌다. 선반에 넣어두지 않은 가방들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승객 김연훈씨는 “잠을 자고 있다가 기체가 흔들리고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을 들어 안전벨트를 매려고 했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 이용호씨는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맸는데 급강하할 때 압력으로 벨트에서 빠져나와 튕겨 올라가 머리를 부딪혔다”고 말했다.

사고 직전 항공기 기장은 기류에 이상을 느꼈다고 했다. 곧바로 객실에 경고사인을 보냈고 승무원들이 “좌석으로 돌아와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한국어·영어·일어 순으로 진행되는 안내방송에서 한국어방송이 끝난 직후 기체가 급강하해 승객들은 미처 대비할 틈을 갖지 못했다. 또 이른 새벽시간이라 대부분 잠을 자고 있어 방송을 듣지 못한 승객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당시 기내식 등 기내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던 시점이라는 것. 한 승무원은 “기내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면 무거운 음료카트나 와인병 등이 날아다녀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강하 후 비행기는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고 비행을 계속했다. 6시간여의 나머지 비행시간에도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또 승무원 10명도 부상을 당해 기내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탑승객들은 전했다. 부상을 입지 않은 승무원들은 마침 기내에 타고 있던 의사와 함께 부상객들에 대한 응급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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