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떨녀''만큼 해요" 아줌마의 도전

by 인선호 posted Jul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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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떨녀''기사 보고 전화했는데요, 나이가 마흔인데, 제가 ''떨녀''보다 잘춘다고 하긴 그렇지만 저도 춤 좀 추거든요?"

지난 7월 5일 <오마이뉴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조심스런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을 나이 마흔의 아줌마라고 소개했다. 오마이뉴스에서 떨녀 기사와 동영상을 봤다는 그는 자신의 춤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소개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떨녀''의 경우 인터넷으로 크게 화제가 됐기 때문에 기사가 나갔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40세 아줌마''의 춤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한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담은 DVD가 있다길래 일단 보내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부쳤는지 다음날 바로 DVD가 도착했다. 직접 쓴 편지도 동봉돼 있었다.


"아줌마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경기 안산에 살고 있는 송은주씨. 아이 둘을 키우며 친정 어머니가 운영하는 여관 일을 돕고 있다. 송씨는 "올해 40이 되면서 그동안 삶을 돌아보니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DVD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젊었을 때 ''마돈나처럼 춤을 잘 춘다''는 말을 들었다는 송씨. 그는 "지금도 처음 듣는 노래가 나오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춤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춤실력을 자부했다. 또 "아줌마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춤이 스태미너 좋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바꾸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DVD에서 송씨는 템포가 빠른 음악, 느린 음악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춘 춤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그리 화려한 춤사위는 아니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유행과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춤에 대한 열정만은 ''떨녀''를 능가했다.


여관 옥상에서 남편과 5시간 동안 촬영

7일 오후 송씨가 일하고 있는 여관으로 찾아갔다. 손에 주부습진을 갖고 있는 그는 열심히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보통의 ''억척주부''. 친정 어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카운터만 보는 게 아니라 객실 청소까지 맡고 있었다.

송씨는 "이걸(춤 동영상 촬영) 보고 주책이라고 비난받지 않을까 고민했다"며 "그래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찍은 것이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말했다.

송씨의 춤 동영상은 일하는 여관 옥상에서 그의 남편이 5시간 촬영했다. 늦은 오후부터 찍기 시작, 날이 질 무렵까지 계속됐다. DVD도 컴퓨터에 익숙한 남편이 만들어줬다. 송씨는 "바빠서 연습 없이 촬영에 들어갔다"며 "안무를 미리 계획하지 않고 그때 그때 나오는대로 췄다"고 밝혔다.

송씨는 "최고 자리에 있는 마돈나는 전속 트레이너도 있고 하루 5~6시간씩 연습하면서 추는데, 여관에서 청소하는 한국 아줌마가 이 정도 할 수 있다면 괜찮은 것 아니냐"며 "내가 참 착각 속에 빠져 살죠?"라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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