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진짜 후계자는 박근혜 아닌 이명박?

by 윤정은 posted Jul 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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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차기 대권 후보로 박근혜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구경북에서 박 대표를 오차 범위로 따라잡았다는 소식을 전하자 한나라당의 당직자들이 보인 첫 반응이다.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시사저널> 최근호(820호) 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은 각각 23.6%와 20.8%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시사저널이 지난 6월 14∼17일 미디어리서치와 함께 대구경북의 행정관료,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등 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누구인가''를 물은 결과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시장이 ''대구경북을 누가 움직이는가''라는 영향력 조사에서는 10위권 밖(13위)에 밀려 났지만 차기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서는 놀라운 약진을 보였다는 점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는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55.8%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했고 조해녕 대구시장(38.2%), 박근혜 대표(25.4%)와 강재섭 원내대표(10.4%)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더욱이 차기 대통령감으로는 박근혜-이명박 두 차기 주자의 지지율이 비슷한데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박 대표가 여전히 월등히 앞선다는 점도 흥미롭다.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냐는 질문에 박근혜 대표가 42%를 차지했고 이 시장은 22.4%에 그쳤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은 "박 대표의 충성도가 약하거나, 또는 다른 당 지지자들이 박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고건 전 총리, 이회창 전 총재,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꼽은 지지층이 그 갭을 메우고 있었다. 반면 이 시장에 대해 지지도는 한나라당 후보감을 물었을 때나 차기 대통령감을 물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박정희 도시'' 대구경북..."박근혜는 가족, 이명박은 후계자"

이에 대해 지역 언론인들은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박근혜 대표는 ''가족''과 같은 존재, 이명박 시장은 ''검증된 전문가''라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시사저널은 썼다.

"박 대표는 대구경북 사람들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다. 늘 애틋하고 박 대표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박 대표를 국가 지도자로 믿고 따르는 데 대해서는 아직 믿음이 덜한 것 같다. 이에 반해 이 사장은 검증된 전문가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 동안 이 시장이 고향 사람이라는 일체감이 약했으나 그가 최근 들어 영남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 시장은 경북 포항이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으로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대구경북에서 그의 존재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장은 지난 4월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영남행 시동을 걸었다. 대구대, 경북대 초청강연 형식이었지만 이 시장은 자신이 ''고향사람''임을 내세우며 외연확대를 시도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이 시장측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한 측근은 "서울시장의 위치라 지방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며 "이토록 높은 관심을 보여줄지 사실 몰랐다"고 들떠했다. 전국적 인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시장의 대권가도엔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놀라기는 박 대표측도 마찬가지. 한 측근은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박근혜 지지의 배경이 ''혈연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라는 점은 여의도연구소의 4·30 재보선 보고서 분석인 ''동정론''과 유사한 결론이라 불쾌한 대목이었다. 시사저널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박정희 도시''인 대구경북에서 "솔직히 박정희 식으로 일하는 사람은 이명박 시장 아니냐"는 여론을 전달했다.

영향력은 10%대에 이르지만 차기 대통령감에선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강재섭 원내대표측은 "언론이 차기 구도를 박근혜-이명박 ''2빅''으로 좁혀간 결과"라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다.

한편 대구경북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참담한 수준이다. 영향력 있는 인물에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2.2%)과 노무현 대통령(1.4%)이 겨우 진입하는 등 ''대구경북의 여당=한나라당''이라는 속설을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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