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 만들어와라" 무서운 10대들

by 윤정은 posted Jun 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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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생을 1년반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수백만원을 빼앗은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 동부경찰서는 7일 나이 어린 학생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 등)로 김모(15.무직)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모(14.중학교2년)군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김군 등과 피해자 A(13)군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A군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2003년 12월 청주의 한 PC방.

평소 A군이 용돈을 넉넉히 가지고 다니는 것을 눈여겨 봐뒀다 5만원을 빼앗은 것이 시작이었다.

김군 등은 A군을 볼 때마다 3~5만원씩을 빼앗았고, 피하는 A군을 야산을 끌고가 마구 때려 팔을 부러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A군은 부모에게 ’넘어져서 다쳤다’고 둘러대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속담처럼 김군 등은 ’일주일 줄테니 30만원 가져오라’는 등 점차 ’대담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A군은 음식점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로 한달에 20만원을 벌어 꼬박꼬박 갖다주었다.

액수가 점점 커져 김군 등이 100만원을 요구하자 전단지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도저히 돈을 충당할 길이 없었던 A군은 급기야 슈퍼마켓에서 현금 70만원을 훔치고 아버지 지갑에 손을 대 간신히 100만원을 만들기도 했다.

학교와 집 앞에서 기다려 돈을 빼앗아가는 이들에게 20차례 넘게 당하면서도 A군은 보복이 무서워 신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1년반동안 뺏긴 돈만 약 300만원.

김군 등은 옷을 사고 PC방을 드나드는 데 대부분의 돈을 썼고 돈이 떨어지면 A군을 협박해 ’손쉽게’ 돈을 뜯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의 부모도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A군이 김군 등에게 돈을 뺏기는 것을 수차례 목격한 PC방 주인의 연락을 받으면서 경찰에 신고, 1년반동안의 ’악연’은 끝을 맺게 됐다.

아들이 적어내려간 피해내역을 읽어본 A군의 어머니는 한동안 말을 잊은 채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다.

담당경찰은 “야산으로 끌려가 여러번 맞은 뒤 겁에 질린 피해자는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방과 후엔 오후 10시까지 전단지를 돌려 돈을 모았다”면서 “그동안 나이 어린 피해자가 겪었을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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