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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위해 몸 바치고 이웃에 연금 바치고 5 약값 빼고 몽땅 적금 모아
성당에 1000만~2000만원 “도와줄 사람 참 많아요”

“한쪽 팔다리를 나라를 위해 잃었는데 무슨 한(恨)이 있겠습니까. 나라에서 주는 돈,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게 도리지요.”

조산호(79)씨는 한국전쟁 국가유공자(1급)다. 1952년 강원도 태백 오송산 탈환작전 도중 북한군 포격으로 팔과 다리를 잃었다. 5년 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10여년 전부터는 심장병, 간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합병증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도 조씨는 형편 어려운 동네 사람 이야기만 연신 꺼냈다. “이 동네 사람들이 원래 어려워요. 10만원 꿀 데도 없어요.” 그는 지금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 임대아파트에 산다. 9평짜리 공간은 4명이 앉아도 비좁아 보였고 거실에 놓인 건 밥솥과 냉장고뿐이다.

한 달에 300만원 이상의 보훈연금을 타는 조씨가 이처럼 초라하게 사는 이유는 뭘까. 그는 “허기만 면하면 되지 않느냐”며 “나머지는 전부 적금을 붓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씨가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각종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는 약값 50만~60만원이 전부다.

부인 정문자(65)씨는 “집 안에 100원짜리 동전 하나 없을 때가 많다”면서 “동전 한푼 허투루 나가지 않도록 가계부를 꼼꼼히 써야 남편에게 일주일 생활비 5만원을 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알뜰히 1~2년간 모은 1000만~2000만원씩을 조씨는 성당에 아낌없이 내놓는다. 이 ‘아름다운 기부’는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 이뤄졌다. 올 10월이면 작년 중반부터 150여만원씩 부은 적금 2000만원이 세 번째로 전해질 예정이다. 조씨는 “도와줄 사람은 많고 돈은 적어 동네 사람들이 믿는 성당에 갖다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씨의 기부는 조씨가 2000년 ‘죽음의 문턱’에서 죽다 살아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당뇨병으로 입원 중이던 조씨는 한밤중에 저혈당 쇼크 증세를 일으킨 뒤 겨우 살아났다. 조씨의 눈동자가 완전히 뒤집혀 의사 간호사들도 거의 죽은 줄 알았을 정도였다.

조씨는 그 뒤 ‘인슐린 펌프기’를 한 몸처럼 달고 다녀야 하는 불편과 고통을 겪게 됐지만 큰 깨달음이 생겼다. “덤으로 사는 제2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살다가는 게 인생인데 돈 모으면 뭐하나 싶었어요. 그러자 이상하게도 귀와 눈이 트이더라고요. 나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만 보이고 그들에 관한 얘기가 들려왔어요.”

조씨는 이때부터 부인 정씨가 동네 복지관이나 성당에서 듣고 온 어려운 이웃 이야기에 모아두었던 적금을 하나 둘 풀기 시작했다. 2001년엔 “앞동, 옆동에 사는 이름도 모르는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못 낸다”는 얘기를 듣고 학비를 쥐어주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중·고생에겐 “컴퓨터를 사라”며 200만~300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1998년 보훈병원에서 청소원으로 일하던 중 조씨와 만난 부인 정씨 역시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제 남편이 국가유공자인데, 다른 유공자나 상이군인을 보면 왠지 가족 같아서….” 매년 털실 모자, 목도리, 조끼 100여개를 전국 양로원 등에 보내는 아내를 보며 조씨는 “두 늙은이가 돈 쓸 데가 뭐 있겠습니까. 당연한 일을 하는 건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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