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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범의 후손들이 사건 110년 만에 사죄(謝罪)의 뜻을 전하기 위해 9일 저녁 방한했다.

1895년 경복궁에 뛰어들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浪人) 중 주역급인 구니토모 시게아키(國友重章)의 외손자 가와노 다쓰미(河野龍巳)씨와 이에이리 가키쓰(家入嘉吉)의 손자 며느리 이에이리 게이코(家入惠子)씨가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들과 함께 이날 한국에 왔다.

이날 저녁 6시 인천공항에 도착한 가와노씨는 “혼자서는 용기가 없어 올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명성황후에 대해 한 일을 사죄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들과 동행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해 11월 결성된 시민단체로 구마모토 출신의 전직 교사 20여명이 회원이다. 이들은 10일 명성황후와 고종이 합장된 남양주시 홍릉과 여주시 명성황후 생가를 참배하고 11일 경복궁을 찾은 후 12일 귀국할 예정이다.

흔히 ‘을미사변’으로 알려진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황후의 친러 정책을 막으려던 일본 세력이 1895년 10월 8일 새벽 경복궁에 무단 난입, 황후를 죽이고 불태운 사건이다. 미우라 고로(三浦梧樓) 공사의 지휘 아래 당시 한성신보 주필 구니토모 시게아키가 낭인들을 이끌었다. 미우라와 구니토모 등 명성황후 시해범 56명은 이듬해인 1896년 히로시마 법정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전원 석방됐으며, 구니토모는 1909년 병사했다. 이번 가와노씨와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의 방한을 주선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정수웅 PD는 “지난해부터 명성황후 시해범 후손을 추적했지만, 미우라의 후손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9일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가와노 다쓰미(고개 숙인 사람)씨가 1895년 사변 당시 자신의
할아버지인 구니토모 시게아키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은 명성황후 시해범들의 후손을 찾아내고 관련 기록을 조사해 시해사건 진상 규명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서울에 온 우에무라 후미오(上村文男)씨는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 가운데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기술한 책이 하나밖에 없다”며 “일본 침략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바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가와노씨 등의 방한 소식을 접한 명성황후추모사업회 이영숙 회장은 “명성황후 시해는 범인의 자손이 개인 자격으로 사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며 “일본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니 만큼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황후 시해범의 후손들을 다룬 정수웅씨의 다큐멘터리는 오는 8월 방송될 예정이다.

''110년만의 사과'' 낭인은 누구였나

명성황후 시해범은 폭력배 아닌 일본 지식인 이었다

일본 기관지 한성신보 주도… 치밀한 계획세워 ''조선침략'' 입증


어엿한 왕조의 정궁에 무단 난입, 왕비를 무참히 살해한 것이 을미사변이다.

을미사변의 전개과정 중에서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는, 흔히 ‘낭인(浪人)’이나 ‘폭도’로 알려진 명성황후의 시해범들 중 상당수가 지식인 출신 엘리트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미국 하버드대 출신도 있었고, 훗날 일본 정부의 각료나 중의원 등으로 정계에 진출한 사람도 있다. 이것은 을미사변이 ‘무지한 폭력배’들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일본의 조선 침략’이라는 커다란 밑그림 위에서 치밀하게 계획됐고, 극우 지식인들에 의해 실행된 작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을미사변으로 재판에 회부됐던 일본인들은 모두 56명이었고, 이중에서 ‘민간 낭인’으로 분류된 자는 모두 32명. 특히 규슈 지방의 사족(士族) 출신이 많았다. 메이지유신 이래 정치적으로 소외돼 불평불만을 지닌 사람들이 조선과 중국 대륙으로 건너가 정치활동을 하려 했던 이른바 ‘대륙 낭인’의 전형적인 사례인 것으로 분석된다.


▲ 을미사변 당시 일본 시해범들이 명성황후의 시신을 경복궁 녹산 남쪽에서 불태우는
모습을 그린 기록화. 이들의 후손이 110년 만에 한국을 찾아와 조상의 잘못을 사죄했다.



이들을 동원한 기관은 당시 서울에서 일본어로 발행되던 신문인 한성신보(漢城新報)였다. 한성신보는 일본 외무성의 자금으로 운영되던 일본 공사관의 기관지였고, 시해범 중 상당수가 당시 이 신문사의 기자이거나 신문사에서 숙박하고 있었다.

시해를 주도했던 인물들 중 오카모토 류노스케(岡本柳之助)는 육군 포병소좌 출신으로 1876년 강화도 조약 당시 일본 전권공사의 수행원이었고, 이후 조선으로 건너와 궁내부와 군부의 고문으로서 많은 조선인 관리들과 친교를 맺고 있었다. 을미사변 이후 정부 요인들조차 그에게 굽신댈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하며, 1897년부터는 중국에서 낭인 생활을 했다.

당시 한성신보 주필로 시해범을 이끌었던 구니토모 시게아키(國友重章)는 1900년 국민동맹회를 결성해 ‘조선 장악’을 주장했으며 조선 북부와 간도 지방에서 줄곧 지형조사와 정탐활동을 했다. 생전에 “내가 죽으면 장백산(백두산)에 뼈를 묻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주도급 인물 시바 시로(柴四朗)는 미국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 1886년 농상무성대신의 비서관이 됐고, 정치소설을 써 작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1892년 중의원 선거에 당선된 뒤에는 김옥균의 후원자 노릇도 했다. 을미사변 이후인 1898년에도 다시 중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10선 의원이 됐다. 1914년에는 내각 외무성 참정관을 지냈다.

아다치 겐조(安達謙藏)는 1894년 조선으로 건너와 부산에서 조선시보(朝鮮時報)를 발행하다 갑오경장 이후엔 서울로 올라와 한성신보의 발행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을미사변 이후인 1902년에는 제국당으로 출마해 중의원 의원이 된 뒤 줄곧 당선돼 14선 의원이 됐다. 1925년 가토 내각에서 체신상이 됐고 뒤에 내상도 역임했다. 1932년엔 국민동맹회를 결성해 총재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 사세 구마테쓰(佐瀨熊鐵)는 의사 출신으로 조선에서 경무청 의무(醫務)등을 지냈으며 1902년 중의원에 당선됐고, 1905년 일진회의 을사조약 찬성 선언서를 기초하기도 했다. 1906년엔 한국 농상공부 촉탁이 돼 평양에서 무연탄광 개발에 참여했다. 다케다 한시(武田範治)는 ‘조선 사정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문필가였으며, 1905년 을사조약으로 조선에 통감부가 설치된 이후에는 다시 조선으로 건너와 일진회를 조종하면서 ‘합방’ 운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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