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배우들의 애환

by 이미지 posted Apr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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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는 몰라요. 말할까 말까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들키기 전까진 말하지 않을 거예요. 에로 배우라고 고백했다가 헤어진 언니들을 많이 봐서….”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처음 만난 한 여배우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 말이다.

200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한 영국영화 ‘러브 액츄얼리’엔 사랑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인간들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하나의 에피소드가 빠진 채 극장에서 개봉돼 관객들과 만났다. 바로 에로 배우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에로 배우(성인영상물 배우)로 산다는 건 여전히 어렵다. 전보단 이해의 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크다. 5년 경력의 인터넷 성인방송 IJ(인터넷자키) 하늘씨(예명·24세)는 “몇해전 내가 주도하던 중학교 동창 커뮤니티에 누군가가 내 동영상을 올리는 바람에 한 동안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정말 속상하고 두려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제는 당당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지난해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병원비 마련을 위해 다시 이 일을 하고 있다. 올 여름 적금 만기가 돌아오면 이 생활을 접고 조그만 가게를 낼 예정이다.

좋다고 이 일을 시작한 배우는 거의 없다. 급박한 경제적 이유가 이들을 이 바닥(?)으로 끌어들였다. 호기심이나 극영화 진출이 여의치 않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옷을 벗는다. 하지만 제작환경이 열악해져 벌이는 시원치 않다. 에로비디오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0년대에는 수익도 괜찮았고 전문배우로서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지만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 원초적인(?) 외국의 불법 포르노물이 유통되면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여배우를 기준으로 에로비디오 한편 출연료가 60만~70만원, 인터넷 성인방송 1일 출연료가 15만~20만원 정도이다. 모바일용 누드 사진이나 동영상은 1일 촬영에 1백~5백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지만 대개 신인시절 한두 번으로 끝난다. 그래서 가끔은 돈의 유혹에 못 이겨 해외로 나가 일탈(?)을 하는 배우들도 생긴다. 출연료가 낮은 남자 배우들은 어쩔 수 없이 ‘투잡스족’이 됐다.

물론 더 힘든 건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실제 정사가 아니라 연기”라고 항변해도, 사람들이 자신들을 포르노 배우와 동일시 하는 건 아무래도 억울하다. 최근엔 검찰수사가 겹치면서 에로배우들은 이유없이 ‘죄인의 심정’이 됐다고 한다. 에로영화계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이필립 감독은 “솔직히 답답하다. 어차피 성인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까지 받은 건데… 음란물로 취급해 버리면… 적은 돈에 옷 벗는 배우들이 안쓰럽죠”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과 관련된 직업군을 천하게 여기고 터부시한다. 아무리 합법의 틀이라도 말이다. 적어도 이들에겐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금언은 남의 나라 얘기다. 물론 현재의 섹슈얼리티의 과잉시대가 바람직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만큼의 사회적 감시나 규제는 차치하고라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이들의 존재는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늘(예명.24세)씨가 서울시내의 한 스튜디오에서 슬픈 표정으로 누드촬영에 임하고 있다.






민주(예명.22세)씨가 촬영에 앞서 눈화장을 고치고 있다.



만화가가 꿈인 3년 경력의 한지은(예명.26세)씨가 촬영이 없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데상’을 하고 있다.



충무로의 한 성인방송 스튜디오에서 에로배우들이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



한 여배우가 서울 시내의 한 스튜디오에서 성인사이트용 사진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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