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나간 엄마의 죽음

by 인선호 posted Apr 02,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엄마… 엄마… 엄….”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영안실. 울다 지친 유진이(여·15)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빨 교정해줄 돈 270만원을 모았다고…, 조금만 더 모으면 우리 딸 예쁜 처녀로 만들어줄 수 있겠다고 기뻐했어요. 그러던 엄마가, 엄마가….” 동생 수진이(여·12)는 벽에 몸을 기댄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수진이의 눈동자엔 영정 속의 어머니 정봉자(40)씨가 있었다.

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도파마트(1층)에서 일하다 상품 운반용 리프트에 목이 끼여 숨졌다. 동료들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으나, 정씨는 이미 질식사한 상태였다. 1층 천장에 올라가 있던 리프트가 갑자기 내려와 변을 당한 것으로 동료들은 보고 있다. 정씨는 평소 지하 1층에서 리프트로 올려 보낸 상품들을 진열대로 나르는 일을 했다.

한 동료는 “사고 당시엔 특별히 물건을 나를 일도 없었는데 왜 정씨가 그곳으로 갔는지, 리프트가 왜 갑자기 내려왔는지 모르겠다”면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작년 3월부터 주 6일 동안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미도파마트에서 일했다. 동료들은 그녀가 ‘팔이 아프다’고 자주 하소연했으며 정씨의 허리에선 1년 내내 파스가 떨어질 날이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남편인 박성근(43)씨는 에어컨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데 여름철을 제외하곤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박씨의 수입은 현재 살고 있는 한남동 18평형 연립주택의 40만원 월세를 낼 수 있는 정도다. 박씨는 “아내가 벌어오는 90만원이 우리집 생활비였어요”라며 “삼계탕집 주방일부터 수퍼마켓 점원까지 쉬지 않고 억척같이 살아온 여잔데, 평생 열심히만 살았는데…”라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