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0명 물먹인 초등생

by 벼리 posted Aug 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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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살해범 주민번호로 인터넷 격투게임
경찰이 자초한 수사력 낭비였다.

경관 살해 피의자 이학만(35)씨를 검거한다며 지난 3일 밤 서울 성북구 돈암동 ㄹ아파트에서 이뤄진 대대적인 수색은, 이 아파트에 사는 이아무개(12·ㄱ초등 6)군이 이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게임사이트에 가입함으로써 벌어진 소동으로 밝혀졌다.

이군은 4일 낮 경찰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동네 형이 가져다 준 전단지에 적힌 주민번호로 3일 오후 4시40분께 N사이트에 가입해 격투 게임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은 이씨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 이 사이트에 가입했으나, 전자우편 주소는 실제 자신의 계정을 남겨 이군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의 철없는 행동에 인력 수백여 명을 동원하고 750여세대 주민 수천명에게 불편을 끼친 경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배전단에 굳이 이씨의 주민번호를 적어 수사에 혼선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철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전국에 공개 수배할 정도의 중범죄자 수배 전단지에는 통상 주민번호까지 기재된다”며 “명의 도용 등 역효과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주민번호를 공개해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순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씨의 아이디로 사이트에 접속하는 시간대에 지방에 거주하는 이씨 주변 인물도 접속한 정황이 있어 3일 밤 수색에 나선 것”이라며 “일부 악용된 사례가 나오긴 했지만 주민번호가 기재된 전단지를 회수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경찰서에서는 이미 수배 전단지를 회수해 이씨의 주민번호 뒷자리를 지우고 다시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낮 “처벌하지 않을테니 포탈사이트 N사의 아이디를 도용한 사람은 나와달라”는 아파트 단지내 방송을 하고, 이군을 찾아낸 뒤 점심께 ㄹ아파트 현장에서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의 행동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에 저촉되지만 미성년이어서 처벌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씨에게 살해된 고 심재호 경사와 이재현 순경에 대한 영결식은 서울경찰청장으로 5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서울경찰청 기동단에서 치러진다.

고 심 경사와 이 순경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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